외식 물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매장에서 식사할 때와 배달로 주문할 때의 제품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이중 가격제' 도입이 늘어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부담 때문에 이중 가격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8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동일한 메뉴를 주문하더라도 배달 앱 판매 가격이 매장 판매 가격보다 비싼 '이중 가격제'를 운영하는 외식업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의 경우 지난 5월 대표 메뉴인 빅맥세트 가격을 300원 올린 7200원으로 책정했는데, 4인 가족이 빅맥세트를 4개 주문하게되면 2만8800원이 아닌 3만4000원을 결제해야 한다. 빅맥세트 배달 메뉴 가격은 개당 8500원으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1300원 더 비싸기 때문이다.
KFC 또한 지난 3월 이중가격제를 2년여 만에 다시 도입했으며, 파파이스도 4월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배달 메뉴는 매장에서 구매하는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책정했다.
버거킹의 대표 메뉴인 와퍼세트의 경우 배달앱과 매장의 메뉴 가격 차이가 1400원에 달한다.
롯데리아와 맘스터치 역시 이중가격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맘스터치의 경우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늘었다면서 이중가격제를 요구하며 본사가 직영점을 통해 내달까지 이를 테스트한다는 계획이다.
커피 브랜드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는 아메리카노 배달 제품 가격을 2000원으로 책정하고 매장 제품 가격보다 500원 더 받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 등 배달 비용 부담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외식업주로부터 배달비 외에 음식값의 9.8%(부가세 별도)를 중개 수수료로 받고 있다.
이같은 이중가격을 적용한 외식업체는 전체의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34개 분식집과 패스트푸드·치킨 전문점 중 20곳(59%)에서 이중가격을 적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의 경우 배달 메뉴 가격과 매장 메뉴 가격이 다른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제대로 알기 어려워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나 KFC의 경우 배달 플랫폼인 배민이나 쿠팡이츠에서 검색을 하더라도 배달 메뉴 가격이 매장과 비교해 비싸다는 공지를 하지 않고 있다. 반면 버거킹의 경우 '딜리버리(배달) 메뉴 가격은 매장 가격과 상이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배달비를 음식값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