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내달 초 저축은행들의 퇴직연금 상품 현황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 금감원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철수하는 페퍼저축은행 등 일부 저축은행의 유동성을 면밀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연말 퇴직연금 만기 도래를 앞두고 내달 초 저축은행업권의 퇴직연금 잔액과 만기, 취급액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저축은행 예금 포트폴리오에서 퇴직연금 상품의 비중이 커지면서 연말 만기 도래로 유동성 지표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퇴직연금 창구를 열어논 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32곳. 이들 업체의 퇴직연금 총 잔액은 30조5000억원이다. 전체 예금(90조1600억원)의 약 34%를 차지한다. 특히 금감원은 개별 저축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유동성 지표에 변화가 없는지 모니터링 중이다.
최근 페퍼저축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철수했다. 퇴직연금 고객은 해당 상품에 재가입이 불가능한 만큼, 만기 도래 후 다른 금융사 상품으로 갈아타야 한다.
페퍼저축은행은 2018년 저축은행 중 처음으로 퇴직연금 라이선스를 받았다. 이후 30곳 넘게 시장이 포화되면서 일반 창구와 조달금리 장점이 줄어들어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용등급이 BBB-(부정적)에서 투기등급(BB)으로 떨어지기 전에 신용등급 취소를 요청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저축은행 중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신용평가 한 곳 이상에서 등급 평가를 받는다. 적자가 심해진 페퍼저축은행이 등급 부담을 느껴 시장에서 발을 뺐다는 것이다.
이에 페퍼저축은행 측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철수하더라도 유동성에 지장없도록 방침을 마련해뒀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시간 예수금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퇴직연금 현황을) 보고 있다"면서 "개별 저축은행이 퇴직연금을 중단하면 유동성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