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장애의 벽도 허물 수 있을까. 부모의 역할을 100% 대체하지는 못해도 AI가 '돌봄의 격차'는 허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SK텔레콤의 비전 AI 케어 프로젝트인 '케어비아(CareVia)'를 통해서다.
케어비아는 발달장애 당사자와 가족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AI 기술을 이용해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분석하고 전문가 돌봄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SK텔레콤은 발달장애인 돌봄을 위한 이 서비스를 모두의 안전을 위한 AI 라이프 케어 서비스로 확대해, 다양한 산업 현장과 일상 생활에서 도움을 준다는 구상이다.
◇AI와 ESG의 만남…사회의 안전을 돕는 신기술
SK텔레콤이 전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차원으로 기획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해 온 AI 기반 행동 모니터링·분석 프로젝트를 이달말 정식 서비스로 내놓을 예정이다. 이어 거주 및 사무환경, 산업환경까지 모든 이의 안전을 위한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조혜진 SK텔레콤 AI케어팀 매니저는 "케어비아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평생 돌봄 데이터를 축적해 돌봄의 질을 높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낸 서비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조 매니저는 발달장애을 가진 딸을 둔 어머니이기도 하다. 발달장애인은 그간 정보기술(IT) 혜택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 중 하나로 꼽혔지만, AI 기술이야말로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발달장애인과의 삶에 익숙한 그는 그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속속 잡아내 기술에 녹아냈다.
◇AI로 돌본 발달장애인, 도전행동 73% 줄어들어
시범 사업을 진행한 결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조 매니저는 서울시 종로와 도봉구, 경기도 안산, 대전 등 각 지자체의 발달장애 돌봄센터에서 진행한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모두가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공감을 받아 '공명'을 울렸다"고 표현했다. 실제 종로구에 도입한 결과, 발달장애인들의 도전행동이 73%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
특히 케어비아는 행동중재 전문가의 일손을 돕는다. 굳이 현장에 가지 않고, 모든 CCTV 영상을 살펴보지 않아도 AI가 발달장애인 도전적 행동 등을 파악해 분류해 주면서 분석이 쉬워졌다. 그는 "행동지원 현장 수업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3명이 필요한 만큼 비용도 굉장히 비싸다"며 "케어비아를 활용하면 비용도 줄일 수 있고 전문가의 수고를 더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케어비아는 '케어(돌봄)'와 '비아(길)'를 합친 말로,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돌봄 활동을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조 매니저는 "발달장애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컨디션이나 기본적인 식사, 수면, 복용하는 약 등을 알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돌봄자가 바뀌어도 잘 쌓인 돌봄 데이터만 받아도 의료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내년에는 챗GPT를 활용한 통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아이의 건강검진 이력 등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가정용 CCTV 안에 '사피온' AI 반도체를 탑재해 B2C 시장도 겨냥한다는 목표다. 케어비아가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어르신, 아이 등 약자와 산업현장의 안전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SK텔레콤은 앞으로 고도화된 AI 기술로 비장애인을 위한 케어까지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사회적 약자를 넘어 모든 이를 위해 따뜻한 AI를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전국 20개 모든 SK텔레콤 사옥 계단실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쓰러짐 또는 이상 상황을 AI가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기술을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노인과 장애인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송파구의 한 임대아파트 내 엘리베이터에도 실시간 쓰러짐 감지 솔루션을 탑재해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엘리베이터 쓰러짐 감지 솔루션의 오류 알람은 0건으로, AI 탐지 정확도 100%를 기록하고 있다.
◇"데이터 규제 풀어 더 큰 가치 만들어내야"
조 매니저는 이와 같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CCTV 관련 규제가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나 봐도 위험 상황인 '쓰러짐' 감지 등을 위해 AI 기능을 넣는 등 기술로 일상의 안전과 고된 돌봄 노동 강도를 덜 수 있다"며 "국가에서도 '데이터가 힘'인 만큼 관련 규제가 해소되면 SK텔레콤이가 폐쇄된 시장 생태계를 확대하고 공급자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매니저는 AI가 인간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중립적이고 인권적"이라며, 발달장애센터 CCTV 의무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발달장애인이 도전 행동으로 옷을 벗거나 과격한 행동을 하면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도 AI는 객관적이고 되레 프라이버시를 더 지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발달장애인들에야말로 사람의 판단과 역할을 대신 하는 AI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비전 AI' 톱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이 발달장애인과 전문가의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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