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석(사진) 금융투자협회장의 선거 공약이었던 디딤펀드가 25일 25개 운용사에서 동시 출시됐다. 디딤펀드가 은행의 원리금보장상품에 쏠려있는 퇴직연금 자금을 금융투자업권으로 이동시킬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디딤펀드는 주식·채권 등을 대상으로 한 분산투자 및 리밸런싱을 통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연금 특화 자산배분펀드로, 금투협이 주도해서 만든 업계 공동 브랜드다.
이는 지난해 취임한 서유석 금투협회장이 '사적연금 수익률 개선' 공약의 일환으로 추진한 상품이기도 하다.
자산운용사 25개사 중 15개사는 디딤펀드를 새로 출시했고, 10개사는 기존에 출시한 자산배분펀드를 디딤펀드 조건에 맞게 재설정한 후 명칭에 '디딤'을 반영했다.
시장 중립적 성과를 내는 펀드를 공급해 원리금보장형(예적금) 상품과 실적배당형(주식과 채권형펀드) 상품 사이 일종의 '디딤돌' 역할을 해내겠다는 게 공통 목표다. 주식 편입비율은 50% 미만으로 제한하고 리스크가 상이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노후대비 자금 마련에 특화된 상품으로,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인 적립금을 굴려서 연금 가입자들에게 은행 이자 플러스 '알파(α)'의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400조원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94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382조3000억원)과 비교해 11조9832억원(3.14%) 증가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퇴직연금 시장 2030년에는 10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취급하는 금액은 163조7258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41.5%에 해당한다. 은행권 전체로 넓히면 전체 퇴직연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같은 시점 은행 원리금 보장 퇴직연금 수익률은 △확정급여형(DB형) 3.99% △확정기여형(DC형) 3.67% △개인IRP 3.47%였다.
같은 기간 증권사 원리금 보장 퇴직연금 수익률은 △확정급여형(DB형) 4.49% △확정기여형(DC형) 4.27% △개인IRP 4.24%였다.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이 은행 퇴직연금 수익률을 0.5~0.7%포인트 앞섰다.
디딤펀드의 경우 증권사 원리금보장 퇴직연금 수익률을 웃도는 수익률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동일 브랜드를 달고 동시 출격한 주요 운용사들의 상품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주식이나 채권 등 다양한 자산군을 대상으로 운용사별 고유 역량을 반영해 운영하는 만큼, 자존심이 걸린 문제기도 하다.
우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디딤CPI+펀드'는 기존 운용 중인 펀드에 재간접형태로 투자하는 새로운 펀드다. 모펀드인 한국투자MySuper수익·인컴추구펀드는 '퇴직연금 선진국' 호주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을 벤치마킹한 전략으로 운용 중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투자디딤CPI+펀드와 동일한 모펀드를 편입하고 있는 '한국투자MySuper알아서성장형자펀드(혼합-재간접형)'의 23일 기준 최근 6개월 수익률과 최근 1년 수익률은 각각 9.87%, 27.50%다.
신한운용은 기존 '신한TRF성장형OCIO솔루션'을 디딤펀드에 요건에 맞게 리모델링해 출시했다. 기존의 타깃리턴펀드(TRF)로 투자자 목표수익률을 설정, 자산배분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최대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50% 미만으로 한정해 펀드 위험등급을 3등급에서 4등급으로 낮추고 퇴직연금 적립금 100%까지 투자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KB운용의 KB 디딤 다이나믹 자산배분 펀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글로벌 자산배분 특화 펀드다. 채권 투자를 통해 이자수익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주식 비중을 30~50%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조정해 초과수익을 추구한다.신하연기자 summer@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