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최초 EV 전용공장 '기아 광명 이보 플랜트' 완공
폭스바겐·아우디 등 공장 폐쇄와 '대비'
선제적 EV 개발과 유연 생산으로 극복
세계 2위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이 사상 최초로 본사가 위치한 독일의 공장 폐쇄를 결정하자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들썩이며 충격을 안겼다.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의 최대 완성차 업체이자 독일에서만 30만명가량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이 미래 모빌리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지 못해 생긴 비극이었다.
이 가운데 독일에서 7시간가량 떨어진 한국에서는 희소식이 들리고 있었다. 기아가 현대자동차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 공장의 문을 열고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는 내용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 하에 내연기관차 패스트 팔로어에 그쳤던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강호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조적인 그림이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공장인 기아 '광명 이보 플랜트'(EVO Plant)를 구축하고 보급형 전기차 EV3를 비롯해 내년 출시할 EV4 등의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
광명 이보 플랜트는 기존 스토닉과 리오 등을 생산하던 광명 2공장이 지난해 6월부터 1년여간의 공사를 통해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탈바꿈된 곳이다. 기존 내연기관차 공장을 전면 재건축함으로써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시대로 장이 넘어갔음을 알렸다.
현대차그룹은 내달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내년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어 전기차 생산능력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완성차 공장들은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량을 감산하는 추세다. 전기차로 전환하는 가운데 비용 절감 문제로 인해 공장 폐쇄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까지 겹치며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아우디는 전기차 'Q8 e-트론'의 수요 약세로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아우디 공장의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올 상반기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의 생산량을 줄였다. 폭스바겐, GM,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잇따라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꿋꿋이 공장을 늘리고, 생산량을 확충하며, 인재 영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현대차는 지난해 GM 인도법인의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도 시장에서의 생산량을 늘렸다. 싱가포르에도 연 3만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 역량을 갖춘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를 지난해 말 완공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긍정적 행보가 발 빠른 전기차 개발과 유연 생산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전기차를 기회의 영역으로 판단하고 선제적인 개발을 주문했다.
이러한 선구안으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했으며, E-GMP 기반 전용 전기차들은 세계 유수 어워드에서 매년 수상하며 성능을 입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데에는 '유연 생산'도 한몫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주요 거점의 공장을 적극 활용해 하이브리드 차종 투입을 통한 혼류생산 체제를 도입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종 생산을 늘려 이익을 낸다는 전략이다. 미 조지아주 HMGMA에서도 전기차 외 하이브리드 차종을 함께 생산해 하이브리드 공급이 부족한 북미 시장에 더 빠르게 대응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