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길의 이슈잇슈] "아랫집 언제 찾아올지 몰라 벌벌 떤다"…층간소음, 현명한 해법은](http://contents.dt.co.kr/images/202409/2024093002109919036002[1].jpg "[박상길의 이슈잇슈] \"아랫집 언제 찾아올지 몰라 벌벌 떤다\"…층간소음, 현명한 해법은")
![[박상길의 이슈잇슈] "아랫집 언제 찾아올지 몰라 벌벌 떤다"…층간소음, 현명한 해법은](http://contents.dt.co.kr/images/202409/2024093002109919036002[2].jpg "[박상길의 이슈잇슈] \"아랫집 언제 찾아올지 몰라 벌벌 떤다\"…층간소음, 현명한 해법은")
"층간소음과 관련해서 분쟁조정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양쪽(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을 듣고 중재하는 수준밖에 안 돼요. 최근의 칼부림 사건 같은 극단적인 사례와 관련해서는 분쟁조정위원회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더라고요."(익명의 전문가 B씨)
정부가 강력 사건으로 이어지는 층간 소음 갈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아파트 준공 승인 불허'라는 대책까지 내놓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올 들어서도 층간소음 관련 사건·사고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달 초 춘천에서는 층간소음 갈등을 겪던 위층 집에 찾아가 여러 차례 쪽지를 붙이고 초인종을 누르며 문을 강하게 두드린 50대가 스토킹 죄로 처벌받았다. 지난 8월 부산에서는 새로 이사 온 윗집에서 층간소음이 난다는 이유로 계속 찾아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등 행패를 부린 70대 남성에게 스토킹 혐의가 인정돼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 7월 인천에서는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이웃 주민을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한 5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기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도 층간 소음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신혼집에 입주한 지 8년째인데 올해처럼 층간소음 민원 방송이 자주 나온 것은 처음이다. 층간소음 민원은 애완견 짓는소리, 늦은 시간 또는 이른 시간대 세탁기 가동소리, 악기 소리, 운동기구 소리 등 다양했다. 이에 대해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살펴봤더니 층간소음을 자제하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방송 또는 게시물 게재 외에는 딱히 제재할 수단이 없다고 안내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층간소음 갈등을 해결했다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주말에 낮잠만 자고 있어도 아랫집이 포스트잇을 붙여놓거나 민원을 넣어 스트레스받는다던 한 누리꾼은 여름휴가 갈 때 경비원에게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아랫집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문을 열어주라고 한 뒤 층간소음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층간 소음이 윗집 대각선에서 들리던 적도 있었다. 무조건 윗집만 의심하면 안 됨", "아파트 탑층 거주 중이라 윗집 옆집 없는데도 층간소음이 들린다. 층간소음이 윗집이라는 편견 버려야 한다"라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층간소음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는 잘 마련되어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내놓은 아파트 층간소음 대책은 수요자의 무반응으로 '폐기' 위기에 놓이거나,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층간소음 개선을 위한 리모델링 사업에 작년 40억원, 올해 12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지원 건수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 매트 지원 사업 역시 실적이 저조하다. 전용면적 84㎡ 공동주택에 층간소음 저감 매트를 깔 때 드는 비용을 연 소득 4000만원 이하 가구에는 무이자로 빌려주고, 8000만원 이하 가구 또는 자녀가 있는 가구에는 1%대 저리로 최대 300만원까지 융자 지원하는 사업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5000가구에 매트 설치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예산 150억원을 편성했으나, 44건 지원(1억1천100만원)에 그쳤다. 집행률이 0.74% 수준이다. 올해는 800건 지원으로 목표치를 대폭 낮춘 뒤 예산 24억원을 편성했으나, 8월까지 172건(4억4200만원)을 지원했을 뿐이다. 집행률은 18.4%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제도적 장치는 실효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지적하며 층간소음 갈등 당사자간 이해와 배려로 분쟁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층간소음과 관련해 제도적인 강화 부분은 2년전 원희룡 국토부 장관때 최고 등급 수준으로 높였다"라며 "우선 그 기준으로 제대로 실행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세대간 분쟁이나 갈등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경우가 많고, 사람마다 느끼는 심리적 부담이 거의 천차만별"이라며 "동일한 소음에 대해서도 느끼는 정도가 나이대별로 차이가 나고, 성격상 아주 예민한 분들이 있으며 때로는 환청에 가까운 반응으로 고통을 호소하시는 분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공상의 두께나 재질을 교체하거나 보수하는 등의 하자 측면에서 접근할 경우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본다"라며 "현재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층간소음에 대해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가 아닌 중앙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대상으로 넣어 놓은 것도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시공상의 보완을 통한 층간소음 감소정책은 그다지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동주택의 생활을 하는 경우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며, 층간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매트 설치나 자녀 교육, 생활도구의 사용상 주의 등을 통해 갈등이나 분쟁을 감소시킬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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