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법원 "이태원 참사는 인재…대처 소홀"
경찰책임자에 업무상과실 첫 인정…송병주 전 112상황실장 금고 2년
경찰책임자에 업무상과실 첫 인정…송병주 전 112상황실장 금고 2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30일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경찰 및 구청 책임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이임재(54)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이 전 서장은 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로 안전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사고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은 혐으로 지난 1월 구속기소됐다. 당시 현장 경찰 대응을 지휘한 책임자의 업무상 과실이 법원에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함께 기소된 송병주(53)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게는 금고 2년, 박모 전 112 상황팀장에게는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다만 박희영(63) 용산구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무려 158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는 2014년 세월호 이후 우리나라 발생 최대의 참사이자 삼풍백화점 이후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최대 인명사고다"면서 "이태원 참사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각자 자리에서 주의의무를 다하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간 대규모 압사 사고는 예측할 수 없던 사건이라는 이 전 서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언론보도와 경찰의 정보 보고 등을 종합하면 2022년 핼러윈 데이를 맞은 이태원 경사진 골목에 수많은 군중이 밀집돼 보행자가 서로 밀치고 압박해 (보행자의) 생명, 신체에 심각한 위험성이 있다고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이 상황을 통제·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참사 당일 오후부터 이태원에 유입되는 인파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오후 6시 30분께부터 사고 부근 압사의 위험 및 인원 통제를 요청하는 112신고가 있었지만 112 자서망(교신용 무전망)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거나 소홀히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경비 기동대 배치와 도로 통제 등 조치도 제때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동대를 투입했어야 할 주의의무는 범죄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의 위증 혐의 등에 대해 "오후 11시 1분께 이전에 대량 인명 사상 사고 발생 및 피해 규모를 대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용산서 직원들에게 경비기동대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는 것도 허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정현우(54) 전 여성청소년과장과 최모 전 생활안전과 경위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어진 재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구청장,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문인환 전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 등은 전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사전대비 대책 마련 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형사 책임 물어야 할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구청 당직실에는 서울시 상황전파 메시지 등을 수신할 때까지 압사와 관련된 별다른 민원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고 경찰로부터 협조 요청 받은 사실이 없다. 용산구청의 상황 대처가 다소 늦은 것만으로 초기 상황 대응에 현저한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박 구청장의 무죄 선고에 대해 유족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일부 유가족은 재판이 끝나고 박 구청장의 차량 앞에 누웠다가 경찰에 끌려 나가기도 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2년이라는 세월 동안 길거리에서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을 호소했고 책임을 가진 자들의 무책임과 무능을 계속 지적하고 이야기했다"면서 "그런데도 오늘의 재판 결과는 너무나 참담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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