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매우 부당한 행위"
전국 의대 40곳 중 의대 증원 반대를 이유로 낸 집단 휴학계를 승인한 첫 케이스다. 정부가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학교 측이 정부 방침을 거슬러서 학생들의 휴학 신청을 받아들인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교육부는 서울대 의대의 조치에 대해 즉시 현장 감사를 추진하는 등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는 지난달 30일 의대 학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고 대학본부에 통보했다.
서울대 학칙에 따르면 의대생의 휴학 승인 최종 결정권자는 다른 대학과는 달리 대학 총장이 아니라 의대 학장인데, 전날 학장이 이들의 휴학을 최종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여 1학기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들이 오는 11월까지 돌아오더라도 내년 2월까지 1년 치 과정을 가르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라서 유급을 막으려면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금까지 의대생들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유급시키지 않겠다며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의대생들의 반응은 차갑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이 단체로 유급될 상황에 부닥치자 1학기 성적처리 기한을 학년말까지 변경하는 등 학사 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지난 7월 내놨다. 휴학이나 유급을 승인할 경우 내년에 신규 의사가 3000명이 배출되지 않고, 예과 1학년이 되는 의대생들은 7500명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사실상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휴학계를 승인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2학기 전국 40개 의대의 재적생 1만9374명 중 출석 학생은 548명으로 출석률이 2.8%에 그치고 있다.
서울대 의대의 휴학 일괄 승인과 관련, 교육부는 이날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동맹휴학 불허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서울의대 학장이 독단적으로 대규모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며 "학생들을 의료인으로 교육하고 성장시켜야 할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매우 부당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이어 "이는 정부와 대학이 그동안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 및 학생 학습권 보호를 위해 지속해 온 노력을 무력화하고 형해화하려는 시도"라며 "교육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해 즉시 현지 감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의대가 설치된 40개 대학(원) 동맹 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 다시 한번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경고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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