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나요. 어렵고 딱딱한 증시·시황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래서 왜?'하고 궁금했던 부분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사진 픽사베이]
"인버스 투자하세요."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또 하나의 '밈'(meme)이 탄생했습니다. 지난 24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금투세 관련 정책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관련, 시행과 유예로 입장을 나눠 3명의 의원이 각자 의견을 피력한 이 자리에서 김영환 민주당 의원이 "(국내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 인버스 투자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 것입니다.
이 같은 발언은 가뜩이나 금투세 도입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지난 1905년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을사늑약에 찬성표를 던진 다섯 명의 대신을 의미하는 '을사오적'을 풍자해 '을사오숏'이라는 단어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단어 선택에 더욱 신중을 기했어야 했던 건 맞습니다. 워낙 예민한 사안이고,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토론회를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었으니까요. 오죽하면 당내 의원 중에서도 "개미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 가진 분노와 좌절에 대해 민주당이 공감하는 작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을까요.
하지만 현장에서 토론회를 들은 입장으로써 앞뒤 맥락은 자르고 자극적인 한 문장만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이 사실입니다. 토론회 내용과 양측 주장보다는 '인버스' 밈만 남게 됐으니까요.
문제의 발언은 시행과 유예 측이 금투세에 대한 찬반 토의를 이어간 뒤 플로어에 앉아있던 민주당 의원들에게 질의를 받는 과정에서 나온건데요.
김병욱 전 의원이 "(국내증시와 미국증시의) 디커플링 지속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악조건 하에서 금투세란 불확실한 제도를 도입하는 게 과연 합리적 의사결정인지 묻고 싶다"고 질의하자 김영환 의원이 "사실 주가 관련해서는 혹시 다른 변수들은 없는지 잘 살폈으면 좋겠다"고 입을 뗐습니다.
토론 내내 김 의원을 포함한 시행 측 의원들은 금투세 도입과 주식시장의 하락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이를 입증할 데이터 역시 없다고 역설했는데, 이러한 주장을 재차 반복한 셈입니다. 일본이나 대만 등 사례에서도 금투세 도입만으로 증시가 꺾인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변수가 함께 작용했다는 것이죠.
이어 김 의원은 "그렇게 우하향 한다고 신념처럼 가지고 계시면 인버스를 투자하면 된다"며 "주식시장은 또 선물·파생시장은 주가 내려도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고 올라도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다"고 덧붙였고요.
또 "(금투세는) 개인이 소득이 생기면 거기에 내는 세금(소득세)인데 현재는 세금 체계가 개인들에게 너무 불리하게 돼있다"고도 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인버스'라는 단어에서 실망감을 느낀 것은 이해가 되지만, 맥락 상으로 보면 사실 김 의원의 응답은 금투세 도입이 증시 폭락을 불러온다는 전제를 깔고 나온 질의에 대해 내놓은 답변일 뿐 국내 주식이 앞으로 우하향 할 것이란 전망도, '숏(매도 포지션)을 치라'는 권유도 아니었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유예 '후'입니다. 민주당은 이번 주 중 금투세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인데, 사실상 유예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당 대표도 금투세 유예를 시사 한 바 있고요.
2년 또는 3년 유예가 결정 난 후 무작정 내버려 두다가 또 시행 직전에 가서 시행과 유예로 갈려 싸울 것이 아니라 보완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미리 의견을 조율하고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제대로 도입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증권거래세 폐지 문제를 비롯해 공제 한도 상향, 손익통산 기간 확대 등 남아있는 문제들이 산더미 입니다. 2020년 여야 합의로 도입된 금투세는 2023년 이미 한 차례 유예 된 이후에도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시행 측과 유예 측이 모두 각 입장에 대해 준비를 많이 했고, 나름대로 유의미한 논의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유예 후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토론 양측이 모두 필요성에 공감한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확대 등 한국 자본시장을 더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만드는 또 다른 축에서의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될 것입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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