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ICT과학부장
![[안경애 칼럼] 기후재난 시대, 경영 시나리오 다시 써라](http://contents.dt.co.kr/images/202410/2024100202102269650001[1].jpg "[안경애 칼럼] 기후재난 시대, 경영 시나리오 다시 써라")
한여름에 태양광패널 표면 온도가 70도를 넘기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일조시간과 일사량이 가장 많고 에너지 수요가 몰리는 한여름 가장 더운 시간에 태양광패널이 거의 멈춰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9월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영향이 더 컸다.
이 회사는 태양광패널 표면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방법을 백방으로 찾고 있다. 해외에서 소개된 소재를 수소문하고 국내 연구진의 연구결과도 샅샅이 뒤지고 있다. 회사 내에 시험시설을 만들어 발굴한 모든 기술을 1년가량 테스트할 계획이다. 태양광패널 온도를 10도만 내려도 발전효율이 5% 높아지고, 높아진 효율은 고스란히 회사의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온도 리스크가 덮친 것은 에너지산업 현장만이 아니다. 농업용 비닐 제조기업 B사, 자동차 제조사 C사, 창호 제조사 D사도 급변하는 날씨, 더 뜨거워진 지구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사업 활동에 '날씨' 변수가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올여름 생존을 위해 24시간 에어켠을 켜고 산 각 가정에도 '폭염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한달 전기요금을 받은 이들이 소셜미디어에 고지서를 공유하고 있다. 높아진 온도는 제조, 물류, 교통, 농업 등 전 산업에 고통스러운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귀해진 채소와 더이상 노랗지 않은 귤을 비롯한 먹거리는 당장 서민과 자영업자들 삶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급등한 오이의 몸값은 떨어질 기미가 없다. 삼겹살보다 비싸진 상추 역시 추석 대목이 지났지만 낮아지지 않고 있다. 배추값 쇼크에 정부는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거나 김장에 배추 대신 양배추 등을 쓰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검토한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열대야가 70일 넘게 이어지면서 귤이 색이 노래질 때까지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급기야 푸른 귤도 출하할 수 있게 출하기준을 바꿨다.
문제는 충격이 이제 막 시작됐고, 훨씬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옥좨 올 것이란 점이다. 해외 선진국이 주도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제 대응 수준으로 접근할 상황이 아니다. 올여름 우리가 깨달은 것은 이제 날씨가 생존 문제라는 점이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지구 온도가 1도 높아지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2%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기존 관련 연구에서는 지구 온도가 1도 오르면 세계 GDP가 1~3%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지만 훨씬 심각하게 본 것이다. 지구 온도가 1도 올라가면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먹는 충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4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는 기후변화가 2049년까지 세계 경제에 연간 38조달러의 손실을 입힐 것이라는 분석결과가 실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상승한 물가의 10%가량이 이상기후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온난화로 인해 자동차, 정유, 화학, 철강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미국 기후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은 자신의 저서 '폭염 살인'에서 지구 온도가 1도 높아지면 3000억달러(약 400조원)가 증발한다고 밝혔다. 자살, 총기 사고 같은 폭력 범죄도 늘어나고 사회는 더 취약해질 전망이다.
다가올 해들에 비하면 올 여름이 가장 선선할 것이라니 기후재난은 이제 시작이다. 기업 경영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당장 동네 마트를 찾아서 기후변화가 더 이상 보고서에나 나오는 문구가 아님을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당장 내년 정책과 경영전략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국가와 사회, 기업경영까지 모든 시나리오를 다시 써야 한다.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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