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경영권 분쟁 결판날듯
고려아연, 영풍에 매수 참여 제안
산업부, 국가핵심기술 여부 심사
고려아연, 영풍에 매수 참여 제안
산업부, 국가핵심기술 여부 심사
고려아연이 3조1000억원을 투입하는 파격적인 카드를 제시한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도 공개매수 참여 대상"이라며 명문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묘수를 둔 만큼, 마지막 향방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베인캐피탈이 고려아연 지분 2.5%를 사들이기로 했다는 점과, 영풍·MBK 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더 올리기엔 자금압박이 거세다는 점을 변수로 보고 있다.
산업부는 4일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이 보유한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다.
◇막판 소송전…박기덕 "진실에 대표직 걸겠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3일 입장문을 내고 "영풍·MBK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작한 이후 허위 사실과 거짓 음해가 지속되고 있다"며 "그 예로 법원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마자 일제히 쏟아져 나온 배당가능이익 논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조문과 판례를 조금만 따져보면 논란조차 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상대의 주장이 거짓 음해임을, 그리고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이 진실이라는 점에서 대표이사 직을 걸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나 회계적으로 6조원 이상의 배당 가능 이익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은 전날 영풍·MBK가 자사의 자기주식 취득 가능액이 6조원이 아닌 586억원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진행하기로 했다.
영풍은 전날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목적의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공개매수 프리미엄으로 실질가치보다 높게 형성된 가격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충실 의무 위반은 물론,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이날 자료를 내고 "자신들의 가처분이 기각될 것을 알면서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시간을 벌기 위해 또다시 가처분을 신청한 셈"이라며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주주나 투자자들이 응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각종 소송제기를 통해 겁박하려는 속셈도 담겨 있다"고 날을 세웠다.
◇묘수 꺼낸 최윤범…장형진 선택에 관심
영풍·MBK는 당초 주당 66만원의 공개매수 가격을 설정했지만 이를 75만원으로 높이면서 3000억원을 더 쓰기로 했다. 만약 가격을 더 올려 최 회장 측이 제시한 83만원보다 10%가량 높은 92만원으로 책정할 경우, 처음 계산보다 최대 7800억원가량을 더 써야한다. 자금조달은 물론, 혹 인수전에서 승리하더라도 '승자의 저주'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최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영풍도 공개매수에 정당하게 참여할 수 있다"며 '아름다운 이별'의 문을 열어뒀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25%가량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고려아연 측에 팔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게 돼 석포제련소 정상화에 쓸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경우 자연스레 영풍의 지분율도 낮아지게 되는 만큼 최 회장의 경영권은 한층 더 탄탄해 질 수 있다.
다만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데다 회사는 매입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소각 후 지분율이 50%를 넘기지 못한다면 추후 영풍·MBK와의 분쟁 불씨가 또 남는 만큼, 장씨·최씨 일가간 화해 모드 조성 여부도 관심거리다.
최 회장은 "영풍의 장형진 고문과 그간의 오해를 해소하고 영풍과 고려아연의 협력적 관계 회복 등 두 회사가 직면한 제반 사항들에 대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며 "허심탄회하게 상의 드리고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고 싶다는 점을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베인 손잡은 고려아연 3.1조 푼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전날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취득 예정주식수는 고려아연 전체 발행주식수의 15.5%에 해당하는 320만9009주로 1주당 매수가격은 83만으로 책정했다. 이는 영풍·MBK가 제시한 75만원보다 10.6% 높은 가격이다. 매입한 자사주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량 소각하기로 의결했다.
또 글로벌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의 공동매수자로 참여하기로 하고, 4300억원을 투입해 지분 2.5%(51만7582주)를 사들이기로 했다. 이를 더하면 총 매수 규모는 지분 18% 기준 3조1000억원이 된다.
여기에 영풍정밀은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가 1주당 3만원에 공개매수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영풍·MBK 측이 제시한 가격(2만5000원)보다 20% 높은 수준으로,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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