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후 대한의사협회 후원으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 광장에서 열린 '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의과대학 교수 결의대회'에 참석해 "의평원 인증 평가를 무력화시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내년도 1509명 정원 확대로 증원된 30개 의대에 대해, 교육부가 평가기준을 늘리면서(15개→49개)도 탈락 시 '1년 이상 보완기간'을 주는 시행령 입법이 예고되자 악용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오늘과 같은 장외 집회에서 의대 교수님들을 뵙게 된 것은 처음인 듯하다. 그만큼 지금 우리 의대 교육과 의료 시스템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있다"며"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의료대란은 반드시 끝나야 한다. 그러기 위한 핵심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이며,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필수다. 이들이 원하는 건 내년(2025년) 의대정원부터 열어놓고 대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전향적으로 대화의 문을 여는 것이 선행돼야한다고 했다.
그는 "대화가 단절된 상태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는 모두가 알고계신 그대로다. 응급실들은 연이어 문을 닫게 되고 지방 의료원부터 도산하거나 나라 빚으로 연명할 거다. 내년 초에는 의사 고시를 보지 못해 신규 의사 3000명 배출이 중단되고, 전공의 수련중단으로 2800명 전문의가 나오지 않는 사상초유의 일이 생길 거다. 연이어 군의관·공보의·인턴 등 의료인력 수급이 중단되며, 그 여파와 혼란은 한두 해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존의 필수의료 의사들과 지방 의료 의사들은 이미 떠나고 있다. 의료개혁 핵심은 필수의료·지방의료 강화인데 반대의 결과"라며 "집단유급으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의대생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실력이 저하돼 의사고시를 통과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의대정원을 늘려봤자 의사고시를 통과하는 의사가 적어진다면 의대정원을 늘리는 게 무슨 소용인가. 그렇다고 정부에서 절대 해선 안 되는 일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의사면허를 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안 의원은 "국가의 존재의미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인데,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대교수님들께서 오늘 모이신 이유가 바로 이 문제 때문"이라며 "의평원 인증평가를 무력화시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결과 자격이 부족한 학생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의료개혁 선후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실습도 안 하고 지도를 제대로 안 받아도 의사가 될 수 있단 건 의사도 국민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무리 의사가 늘어도 의료수준이 추락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실력이 부족해도 의사고시를 통과할 수 있게 되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엄격한 기준으로 양성되고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오히려 위태로워진다"며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의대 교육 평가를 더욱 강화해야하고, 의대 교육 발전을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집회는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주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주최로 열렸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 외에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해 격려연설을 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의평원 무력화 시도 즉각 중단 △의대 증원 즉각 중단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폐기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파기 △책임자 즉각 처벌 등을 요구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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