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 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인 '쩐의 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고려아연 측이 MBK 등에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반도체 제조용 핵심 소재 중 하나인 황산 등의 생산 차질을 우려했다.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에서 반도체용을 포함해 연간 총 140만톤(전년 기준)의 황산을 생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한다.
고려아연은 6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국내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국내에서 고순도 황산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대규 투자 행보에 맞춰 반도체 황산을 미래 사업으로 낙점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영권 분쟁에 수조원 단위의 자금이 투입되면서 증설 투자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려아연 노조도 이에 동참해 MBK 등의 경영권 인수 시도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노조는 MBK파트너스에 "약탈적 공개매수 시도를 중단하라"고 주장하며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개매수 시도를 규탄한 바 있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양 측의 출혈 경쟁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이들은 상대측의 공개매수에 위법성이 있다며 흠집내기 공방을 지속하고 있다. 영풍 측은 지난 13일 최 회장 등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고려아연이 지난 2일부터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를 진행하자, 영풍 측은 재차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오는 18일 첫 심문이 열린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진행하는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에 배임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을 이사회 결의만으로 결정했다며 절차상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풍은 최 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에 고려아연 역시 이날 대표이사 2명이 중재재해처벌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점 등을 언급하며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졸속으로 결정한 영풍과 주주들에게 중대한 손해를 입히는 행위로서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는 위법이며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영풍-MBK 연합은 당초 공개매수 종료일인 지난 4일 장 마감을 불과 1시간 앞두고 공개매수 가격을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높이고 최소 매입 수량(6.98%) 문구도 삭제했다.
고려아연이 같은 날 주당 83만원에 최소 수량이 없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시작하자 맞불을 높은 셈이다. 시장에선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더 높여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호연기자 hy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