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에서도 반도체처럼 파운드리(위탁생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현대자동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올해 말 완공될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활용해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 계획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최근 자율주행기업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자율주행 무인택시(로보택시) 생산을 결정했을 뿐 아니라, 미국 1위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지난달 포괄적 업무협약(MOU)도 맺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이들 업체를 시작으로 맞춤형 파운드리 사업을 늘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말부터 미국 HMGMA에서 양산되는 아이오닉 5(사진)에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시켜 도로 주행 테스트를 실시한다. 웨이모는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회사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로보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을 통해 700여대의 자율주행차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오닉 5가 도로 주행 테스트를 마치면 해당 서비스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차가 웨이모에 자율주행차를 공급하는 것은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사업의 첫 시작이다. 현대차는 지난 8월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사업을 공식화한 바 있다.
송창현 현대차그룹 AVP본부장 사장은 "현대차는 최근 자율주행 차량 판매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들에게 SAE 기준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구현이 가능한 차량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이 같은 사업의 첫 시작에 있어 업계 리더인 웨이모는 최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현대차가 HMGMA를 파운드리 사업의 핵심 기지로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는 HMGMA는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연간 30만대에서 최대 50만대까지도 생산이 가능한 규모로 지어지고 있다.
북미는 전기차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등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적극적인 곳이다.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유수의 IT 기업들이 밀집해 있어 연구개발이 활발하며, 제도적 지원과 법규 제·개정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즉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파운드리 사업을 하기에 최적의 테스트베드(시험대)인 셈이다.
최근 GM과 모빌리티 전방위 분야에 대한 포괄적 MOU를 맺은 것도 미국에서의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협력 분야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대차그룹이 내년 선보일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인 eM(전기 승용)과 eS(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GM과 공유할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뼈대는 현대차의 플랫폼을 쓰지만 외관은 다른 전기차나 PBV가 대거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서 자동차가 더 이상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변화될 것이기에 파운드리 사업이 주요 먹거리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 차량만 생산해서는 수익이 되지 않기에 주문 제작 방식으로 자동차를 찍어내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알고리즘만 바꾸면 천의 얼굴로 변할 수 있기에 앞으로는 파운드리 형태로 주문하면 몇 만대씩 찍어내는 형식으로 바뀔 것"이라며 "더 이상 차만 만들어서는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에 현대차그룹도 파운드리 사업에 열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