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여론 압박에 상생안 제시
매출기준 적용 순차적 인하 예정
업계 "광고비 등 부담 해소돼야"
중개 수수료 인하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 속에 배달앱 1위인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차등 수수료'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광고비 등 각종 부가비용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한 '보여주기식'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6일 배달앱 업계에 따르면 오는 8일 열릴 상생협의체 제6차 회의를 앞두고 배민이 차등 수수료 상생안을 제시했다. 상생협의체는 배달앱 운영사와 입점 업체 등 자영업자가 합리적인 상생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 7월 정부 주도로 출범했다. 정부는 협의체를 통해 수수료 부담 완화와 수수료 투명성 제고, 불공정 관행 개선 등을 주제로 회의를 열어 상생안을 배달앱 운영사에 요구해 오고 있다.
운영 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이달 말로 협의체 활동이 끝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유의미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개선 요구점은 많은데 협의체 활동 기한은 다 되어가는 상황이라 상생안으로 뭐라도 하나 나와야 할 시점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수수료를 포함한 갑을 이슈를 법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서는 배달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상태다.
최근엔 대통령실이 자영업자 지원대책으로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등 배달앱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자 배민은 앱 내 배달 매출액 기준으로 수수료를 차등 인하해, 공공배달앱 수준인 최저 2%대까지 낮추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이 낮은 하위 사업자에 대해 현행(9.8%)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앱 내 배달 매출액 기준 상위 40% 이상인 업체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은 9.8%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되, 40∼60%에는 이보다 낮은 6%, 60∼80%에는 더 낮은 5%의 수수료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배달앱 입점업체 대표 단체들이 이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매출액 하위 업체만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이고 이것만으로는 소상공인 부담 완화의 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고비,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비 등 각종 부가 비용들에 대한 해결책은 내놓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상생협의체에 입점업체 대표로 참여 중인 한 단체 관계자는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려면 수수료도 수수료지만, 광고비 책정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클릭만 하면 무조건 돈이 나가는 CPC(클릭당 과금) 방식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 같은 포털도 아닌 배달 중개 앱이 주문이 생기면 그에 따라 돈을 받아가는 CPS(주문당 과금)가 아니라, CPC 방식으로 광고비를 포털처럼 받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배민은 CPC 방식으로, 경쟁 업체인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CPS 방식으로 각각 입점업체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있다.
입점업체 대표 단체들이 배민의 차등 수수료안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배달앱 3사가 모두 동의해야만 상생안으로 확정될 수 있다. 또 3사 동의로 최종 상생안이 도출되더라도,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협약이라 수수료가 인하됐다가 다시 원상복구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상생협의체를 통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대상으로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성실히 협의 중"이라며 "상생안에 대해 각 사 별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당장 구체적인 사안을 당사가 별도로 말씀 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광고비 책정 방식에 대해선 "CPS, CPC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 지는 입점업체 단체들마다 다른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현재 협의체에선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실시간 배달 현황' 정보(라이더 현재 위치 정보)가 소상공인에게는 제공되지 않는 점에 대한 개선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상생협의 논의와 관련 "상생 방안이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 등 추가적인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상생안 관련)아직 생산적인 결론은 못 낸 상황"이라며 "10월까지 상생협의체가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정부가 직접 나서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배달앱 3사의 '최혜대우 요구'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