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시작되는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정쟁국감이 될 공산이 크다. 여야는 이미 '김건희 여사 의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전면전을 예고했다. 정쟁국감은 다음달 법원의 이 대표에 대한 1심 선고를 고리로 한 야당의 탄핵정국 조성 등 앞으로 전개될 여야의 극단적인 대결정치의 예고편이다. 전력망확충특별법과 고준위방폐장 특별법, AI기본법 등 시급한 민생 경제법안은 뒷전에 밀릴 것으로 우려된다.
민주당은 김 여사 의혹 규명에 올인한다는 방침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6일 국회 간담회에서 "이번 국감을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의 실체를 추상같이 파헤쳐 진상을 규명하고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그 책임을 묻겠다는 각오의 '끝장국감'으로 만들겠다"며 "특히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선 운영위, 법사위, 행안위, 국토위, 국방위 등에서 전방위적 '압박국감'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법사위 증인으로 채택된 김 여사의 출석을 위해 동행명령권 발동까지 고려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결을 통해서라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사위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 모친인 최은순씨,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고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이원석 전 검찰총장,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등을 증인으로 불렀다.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명태균씨, 김대남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도 증인명단에 올렸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하기로 했다. 김건희·채상병 특검법을 조속히 재추진하고 상설특검과 국정조사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한발 더나가 "일을 못 하면 선거 전이라도 끌어내려야 한다"고 윤 대통령 탄핵 추진을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민생국감'을 다짐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문재인 전 대통령 의혹을 집중 부각한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의도는 뻔하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다음 달로 다가오면서 오로지 이 대표 방탄을 위해 국정을 마비시키고 탄핵정국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추 원내대표는 "부당한 정치 공세에 단호하게 맞서고 충분히 시정되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부정적 유산과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의혹에 대해선 집요하게 지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국회 개원 때 강조했던 민생국회는 식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력망확충 특별법과 고준위방폐장 특별법 등 산업에 시급한 법안들은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음에도 표류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과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 역시 뒷전에 밀리고 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감사라는 것은 정책적으로, 국민의 민의에 맞는 정책이 이뤄졌는지를 감사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시간이 되어야 하는데 양당 모두 그렇지 못하고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이해 득실을 따지고 있다"라며 "민의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지 세력에 대한 정치적인 판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국회는 입법부뿐 아니라 사법부와 정부의 역할도 다 하려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렇게 삼권분립의 원칙을 침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국회는 모든 상임위에서 꼬투리만 잡으면 어떻게든 연결을 해서 '김건희'와 '특검'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며 "22대 국회의 개원 이후 국회의 목소리라고는 '김건희·채상병 특검'과 '이재명 방탄'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들이 국회를 보는 입장에서는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시급하고 중대한 일이 김건희 특검밖에는 없는가, 22대 국회가 개원 이후 대체 무슨 일을 했는가'라는 비판을 안 할 수 없다"며 "국회가 국회 노릇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국정감사 시작을 하루 앞둔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관계자들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