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SP 말소땐 과태료 부과 한계
국회, 이용자보호법개정안 발의
압류금지로 파산해도 우선 지급
국회, 이용자보호법개정안 발의
압류금지로 파산해도 우선 지급
6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 갱신에 필요한 기초자격을 갖춘 거래소 사업자는 VASP 라이선스가 있는 거래소 27곳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원화마켓 거래소 5곳(업비트·빗썸·코인원·고팍스·코빗)과 코인마켓 거래소 6곳(비블록·에이프로빗·코어닥스·포블·플라이빗·빗크몬·크립토닷컴코리아) 등 총 12곳만이 보험가입 또는 준비금 적립, ISMS 인증 등 최소한의 갱신 요건을 갖춘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후오비코리아, 올해 3월 프로비트와 텐앤텐, 지난 5월 한빗코 등이 영업을 종료했다. 이에 앞서 코인빗, 캐셔레스트, 코인엔코인 등이 영업종료를 공식화 했고, 오아시스, 비트레이드, 빗크몬 등도 영업을 중단한 바 있다. 일부 거래소의 경우 이용자 자산 반환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서비스를 중단한 지닥은 출금 지원 기간인 8월 17일까지 이용자가 출금하지 않으면 자산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같은 달 시스템 점검을 이유로 거래소 서비스를 중단한 플랫타익스체인지도 출금이 지연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운 바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VASP 영업종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VASP가 영업을 종료하면 최소 세 달 이상 영업 때와 같은 방식으로 예치금·가상자산의 출금을 지원해야 한다.
또 이용자 자산반환 완료일까지 이용자 자산에 대한 일일대사를 실시하고, 이용자 자산보관 현황을 매주 1회 금융당국에 통지해야 한다.
문제는 VASP 신고 말소 이후다. 영업 종료 코인마켓 거래소 대부분이 올해 말이면 VASP 사업자 지위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이 경우 별도 조항이 없기 때문에 당국이 이용자 자산 반환 의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제재를 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
대부분의 코인마켓 거래소가 재무 상황 악화로 영업을 종료한 만큼, 추가적인 인력이나 비용을 투입해 이용자 자산을 반환할 것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보호재단 설립을 허가했다. 재단은 거래소가 파산하거나 영업을 중단했을 때, 투자자들의 자산을 보호하고 반환 절차를 돕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한시적인 자구책에 불과하다. 디지털 자산 보호 재단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자율 협상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가 파산할 경우, 이용자 자산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상자산사업자가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경우 예치금과 같이 상계·압류를 금지하도록 규정해 이용자에게 가상자산이 우선 지급될 수 있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법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의 가상자산에 대해 상계·압류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가상자산사업자가 파산하는 경우 가상자산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높은 변동성과 함께 법적·제도적 안전장치 부족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이는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둔 '1단계' 법안에 그친다. 발행·공시·상장 등 가상자산 시장 전반을 포괄하는 통합 법안은 아직 입법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둔 '이용자보호법'마저 투자자 보호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이번 VASP 갱신 심사를 계기로 2단계 입법에 필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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