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9일 대한간호협회(간협)로부터 받은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의대 증원에 따른 전공의 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하자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간호사들이 의사의 업무 일부를 분담하되 이를 법적으로 보호해 주고, 협의된 업무 외 다른 일은 넘기지 못하도록 한 게 골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기관이 많아 간호사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간협은 지난달 소속 간호사 650명(전담간호사 336명·일반간호사 289명·전문간호사 25명)을 상대로 업무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대상자 중 40.5%(263명)는 시범사업 참여 기관 소속이었고 21.7%(141명)는 미참여 기관 소속이었다. '참여 여부를 모른다'고 답한 이들은 37.8%(246명)였다.
조사 결과 대상자의 65.2%(424명)는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 절반 정도인 206명이 어려움의 이유로 '업무 책임 소재 불분명으로 인한 불안감'을 들었다. 이들은 업무 범위가 모호하고 교육 체계가 없어 환자 안전사고나 의료사고 시의 책임에 대해 불안하다고 밝혔다.
66명은 '승진 및 발전에서의 한계'를 역할 수행의 어려움으로 들었다. 진료 지원 업무 전담 경험을 가진 관리자가 드물고 진료 지원 인력이 간호부 승진 체계에서 암암리에 배제된다는 것.
'간호사가 전공의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부정적 반응'을 꼽은 이들도 33명에 달했다. '전공의 복귀 시 언제든 부서가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을 꼽은 이들도 31명에 달했다. 설문 참여자 중 64.0%(416명)는 무분별한 업무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416명 중 162명은 '직무 기술서 없이 인턴·전공의·간호사 업무를 무분별하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105명은 '무분별한 업무와 기타 잡무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20명은 임상연구 보조, 누락된 진료기록 작성 등 부당한 업무를 강요받고 있다고 했다. 19명은 의사 등과 갈등으로 업무가 어렵다고 답했다.
간호사들은 "몇몇 교수들은 전담간호사에게 일을 떠넘기고 무분별하게 환자를 입원시켜 제대로 치료도 하지 않는다"거나 "업무분장이 명확하지 않아 전임의들이 본인의 업무까지 떠넘기고 있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와 국회는 지난 8월 전담간호사를 제도화하는 간호법을 통과시켰다.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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