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문 조직개편 등 거론
권오현 전 부회장 사례도 주목
권오현 전 부회장 사례도 주목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2월 글로벌 전략회의를 앞두고 11~12월 중 사장단을 포함한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6월과 12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며, DS(반도체)를 비롯해 생활가전(DA)·영상디스플레이(VD)·모바일경험(MX) 등 각 사업별로 진행한다.
삼성전자의 연말 행보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임원 인사다. 전 부회장은 전날 3분기 잠정실적 발표 당일 이례적으로 고객·투자자·임직원에게 사과문을 보내 반도체 부문의 대대적인 쇄신과 혁신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 전 부회장은 전날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다"며 실적 부진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수뇌부가 실적 발표와 관련해 별도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전 부회장의 거취와 함께 인적 쇄신 범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DS부문 수장을 맡은 후 공개석상에 얼굴을 자주 드러내기보다 '반도체 조직 새판' 짜기에 집중했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 8월에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새 반도체 조직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C.O.R.E 워크'를 제시했는데, 통상 강당에 모이거나 사내 방송을 통해 메시지를 전해온 관행을 감안하면 조직 집결에 초점을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고, 주가가 신저가를 연일 경신하면서 전 부회장의 쇄신 전략은 아직까지 효과를 보지 못한 모습이다. 전 부회장을 비롯해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남석우 제조&기술담당 사장,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 DS 사장단을 포함한 임원들이 최근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책임 경영 의지를 보였지만, 증권가에서는 전날 실적과 함께 목표주가를 또 낮췄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연말 인사에서 DS 부문의 대대적 조치를 가하면서, 전 부회장이 5월 '원 포인트' 인사 당시 최우선 과제였던 조직 쇄신을 마무리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권오현 전 부회장(DS부문장)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권 전 부회장은 지난 2017년 인사시즌 전인 10월 갑작스런 용퇴를 결정했으며, 용퇴 의사를 밝힌 당일이 3분기 실적발표 당일이었던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당시 권 전 부회장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밝힌바 있다. 삼성전자는 그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연말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낸 바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7월 부사장급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반도체의 제품 개발 책임자를 교체하는 등 이미 일부 쇄신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7일 필리핀 방문에서 로이터통신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과 관련해 "(이들 사업을) 분사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말해, 삼성전자는 조직 개편보다는 인적 쇄신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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