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11일 이사회를 열기로 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결정할 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일단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영풍이 가격을 더 올리지 않겠다고 한 만큼, 고려아연의 결정이 경영권 분쟁 향방의 가늠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1일 오전 8시 이사회를 개최한다고 이사진에게 통보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에서 공개매수가 인상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날 MBK는 "추가적인 가격 경쟁으로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지켜 볼 수만은 없다"며,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러한 MBK의 입장은 최근 정부 입장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과열 양상을 보이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엄정한 관리·감독과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특히 영풍과 MBK가 맺은 콜옵션 계약과 관련해 관련 사항을 구체적으로 공시했는지 등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 차원의 자사주 매입이라는 점과, 법원에서도 MBK 등이 제기한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불공정거래 의혹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이사회에서 공개매수가를 인상할 경우 유통 수요를 끌어당기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고려아연은 이날 자료를 내고 "대형 연기금 등의 참여율에 따라 물량은 더 늘어날 여지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는 물량은 15% 안팎"이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유통주식 30%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주장대로 유통주식 물량이 15% 안팎일 경우, 고려아연이 공개매수가를 올리면 그만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는 얘기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15.5%를 사들인 후 모두 매각할 방침이고, 2.5%는 베인캐피탈이 사들일 예정으로 우호지분 확보, 주주가치 제고라는 두 토끼를 모두 확보할 수 있다. MBK가 매수가를 인상할 경우, 말을 번복하는 셈이 돼 금융당국의 감시망이 한층 예민해질 여지가 있다.
고려아연은 또 "MBK와의 경영협력계약으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할 수 없다"며 "영풍과 MBK의 주주간 계약에 따르면 영풍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10년간 보유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이 경과한 이후에는 MBK파트너스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 단 10년이 경과한 이후에도 고려아연의 현 회장인 최윤범과 그 특수관계인에 대한 매각은 금지된다"고 밝혔다.장우진·양호연기자 jwj1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