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개월 동안 131곳의 주유소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무려 14년 연속 감소세다. 정부의 폐업비용 지원이 없으면 지방 주유소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해 흉물 주유소가 늘어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14일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수는 올해 9월 기준 1만892개로 지난해 말 대비 131개가 감소했다. 사흘에 한 개꼴로 주유소가 사라진 셈이다. 이 추세면 연말께 1만개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주유소 수는 2010년 1만3004개로 정점을 찍은 뒤 14년 연속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1년 1만2901개에서 2012년 1만2803개, 2013년 1만2687개, 2014년 1만2472개, 2015년 1만2178개, 2016년 1만2097개, 2017년 1만2007개로 줄었다.
최근 7년간인 2018년에는 1만1750개, 2019년 1만1700개, 2020년 1만1589개, 2021년 2021년 1만1378개, 2022년 1만1144개, 지난해 1만1023개로 줄었다. 이 기간 동안의 전국 주유소 감소율만 약 7.30%에 달한다.
주유소 수 감소의 주요 원인은 단연 경영 악화다. 주유소 업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2년 1.8%를 기록했다. 한국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가 지난달 일반주유소 1083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38개(12.8%) 주유소 만이 2%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적자인 곳은 200곳(18.55%)에 달했다. 0.1% 이상에서 0.5% 미만인 곳들이 341곳(31.5%)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는 1%대 초반까지 떨어졌을 것이란 게 정유업계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이는 정부가 가격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알뜰주유소 정책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일반주유소들이 이익을 많이 남가지 않고 알뜰주유소와 치열한 가격 경쟁을 하다 보니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전국에는 약 1000곳이 주기적으로 휴업과 영업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유소는 최대 1년까지 휴업을 할 수 있는 법적 기간이 정해져 있는 만큼 1년간 휴업했다가 일주일만 영업한 뒤 다시 1년간 휴업하는 식이다.
폐업을 하고 싶어도 토지 정화 비용, 시설 철거비 등으로 평균 1억5000만 원에 달하는 폐업 비용 때문에 발이 묶여 있어서다. 폐업 비용이 없어 장기간 완전히 방치된 흉물 주유소는 전국적으로 약 100곳으로 추산되고 있다. 방치된 주유소들은 지속 늘어나 지역 환경과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지역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이 차량 유동량이 적은 아닌 지방이다. 지방에 위치한 일반 주유소들은 이미 영업이익률이 낮다 보니 수익성이 높은 상가나 다른 용도로 바꾸는 것조차 자금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 또 편의점이나 택배시설, 전기차 충전소 등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해도 근본적으로 고객이 오지 않아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심재명 주유소협회 이사는 "농협이 면세유 배정을 담당하고 있어 농협 알뜰주유소가 면세유를 직접 판매도 하면서 기존 지역 주유소들의 경영 악화가 가중됐다"며 "어선이나 분뇨 처리업자들이 폐업할 때 정부가 배를 사주거나 폐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정부가 지방 일반주유소들을 폐업비용 지원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