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일이 예정대로면 14일 마감된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가 영풍·MBK보다 6만원 높은 점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추후 양측 간 지분율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고려아연은 마감 전 날인 13일에도 MBK가 제기한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상 철회 사유가 아니다"라며 막판까지 방어전에 나섰다.
다만 고려아연이 이번 공개매수에서 우위를 점하더라도 베인캐피탈 매수 지분(2.5%)을 제외하면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인 만큼, 추후 이사진 구성을 놓고 영풍·MBK와 표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의 움직임도 지켜볼 대목이다.
◇공개매수 후 지분율 변동 촉각…50% 장악 어려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의 우호지분율은 33%선으로 추정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최 회장 우호세력은 33.99%, 장 고문 측은 33.13%로 추정돼 0.5~1%포인트(p)가량 고려아연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에서 베인캐피탈이 2.5% 지분을 확보하기로 해 35~36%의 지분율은 확보한 상태다. 나머지 물량은 자사주로, 영풍·MBK가 지분율 50% 이상 확보하는 것을 우선 저지한다는 목표다.
고려아연 측은 현재 유통주식 물량은 15%안팎으로 보고 있다. 만약 유통 예상물량 15% 중 베인캐피탈이 2.5%를 가져가고 11~12%(약 244만주)가 고려아연에 응한다고 가정하면, 매입 자사주 소각 후 고려아연의 지분율은 41~42%, 영풍은 37~38%로 추정된다. 이 경우도 지분율 50% 확보는 어렵지만, 지분율 격차를 벌리게 돼 이사진 구성을 놓고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가가 89만원으로 영풍·MBK(83만원)보다 6만원 높다. MBK가 더 이상 공개매수가를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이 지켜질 경우 가격 경쟁력이 앞선다. 세금을 놓고 유불리 논쟁이 나오지만 투자자들이 계산기를 두드려볼 사안이다.
변수는 영풍·MBK에 응할 매수 물량이다. 만약 영풍·MBK가 당초 최소 목표 수량이던 7% 미만인 5%(약 100만주)가량 가져갈 경우 고려아연이 사들이는 자사주 물량이 줄어 소각 물량도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
이 경우 영풍·MBK 측 지분율은 매입 자사주 소각 후 기준 40~41%, 고려아연은 39~40%로 추정된다. 이 경우도 양측 지분율이 비슷해 표 대결 가능성이 높다. 영풍·MBK는 당초 최소 매수수량을 7%로 정했지만 이를 삭제시켜 응모주식을 모두 사들이기로 했다.
현재 고려아연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영풍정밀(1.85%)의 경우, 영풍·MBK측이 이를 확보할 경우 플러스-마이너스(±) 감안시 3.7%의 지분율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공개매수가가 고려아연(3만5000원)보다 5000원 낮다는 점에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5.9%)는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7~8%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도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고려아연은 이미 2.4%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15~16%가 부동 물량이라고 가정할 경우 남은 유통 주식수는 개인·기관을 합해 15% 안팎이라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과거 사례로는 고려아연 우세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소 매수수량을 7%로 정한 데 대해 "과거 2개년 동안 주총 출석률 고려했을 때 44%정도 의결권 갖고 있으면 (원하는 안건을)할 수 있다"며 "나머지 주주들이 모두 최윤범 회장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영풍이 최대주주 임에도 이사회에 충분히 들어가 있지 못해 의사가 반영될 정도로 추가 선임할 계획"이라고 방향성을 보였다.
이는 최소 7%를 보유했을 경우로, 14일 종료되는 공개매수에서 MBK에 응한 물량이 이를 밑돌 경우,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영풍 주총서 이사 선임에 대해 종종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국민연금은 영풍 주총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2015년 이후 최근 10년 중 8년, 최근 2년 연속 모두 반대했다.
반면 올 3월 고려아연 주총서는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을 비롯한 4건의 사내이사 재·신규선임 안건과, 4건의 사외이사 재·신규선임 안건에 모두 찬성했다. 고려아연은 정관상 이사 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 외 변수로는 MBK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 여부다. 시장에서는 MBK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일(23일) 전에 법원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자료를 내고 "자본시장법이 정한 공개매수 철회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사실상 이미 진행중인 회사의 공개매수가 철회되기는 어렵다"며 "1차 가처분을 기각한 동일한 재판부가 판단하는 2차 가처분에서 MBK-영풍이 주장하는 주장들은 이미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