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요? 너무 비싸서 상에 못 올려요." 제육볶음을 시키면 상추를 같이 주던 수도권의 한 한식당에선 이 달부터 상차림에서 상추를 빼버렸다. 고물가 속 폭염·집중호우로 인해 '금추'가 된 상추·배추가 식탁 위 귀한 먹거리가 되고 있다.
13일 외식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상추와 배추가 식당은 물론 가정의 식탁에서도 사라지고 있다. 인근에 골프장이 있어, 가을 라운딩을 즐기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경기도 이천의 A식당에선 이달들어 손님들에게 상추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식당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서울 송파구)은 "9월 말에도 라운딩을 하고 여기 밥을 먹으러 왔었다"며 "그때는 제육을 시키면 상추가 같이 나왔는데, 지금은 안 주더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라진 상추'를 찾는 손님들에게 식당 주인은 "상추는 가격이 너무 올라서 뺐다. 당분간 못드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추 가격은 점차 하향세 보이고 있지만 하락 속도가 더뎌 이로 이한 외식업주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적상추 4㎏ 중도매인 판매가는 6만3360원으로 7만원대이던 전월보다는 11% 하락했다. 그러나 3만원대이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87%나 비싼 가격이다. 평년(2019~2023년 가격 중 최대·최소 제외한 3년 평균)과 비교하면 거의 배(109%) 이상 오른 수준이다.
배추 역시 귀한 먹거리가 됐다. 김장철을 앞둔 대형마트에선 열무, 양상추 등 '금추'가 된 배추를 대체할 다른 채소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7일 사이 대형마트 A사에선 배추관련 대체상품군인 양배추, 양상추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동요일 기준)보다 30% 넘게 뛰었다. 양배추는 34%, 양상추는 30% 매출이 신장했다.
포장김치(완제품) 품목 중에서도 배추김치를 대체하는 김치류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열무김치는 40%, 깍두기는 24% 각각 증가했다. 반면 배추김치(포기 배추김치, 썰은 배추김치) 매출은 9% 줄었다.
홈플러스의 경우, 같은 기간 열무 매출이 194% 급증했다. 양상추는 54%, 양배추는 29% 각각 늘었다. 배추는 26%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커머스 G마켓에서도 같은 기간 양배추와 양상추 거래액이 각각 44%, 41% 증가했다. 포장김치의 경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배추김치 거래액이 9% 증가에 그친 반면, 깍두기는 820%나 급증했다. 포장김치 전체 거래액 증가율(2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묵은지는 120%, 열무김치는 100%나 증가했다. 백김치도 41% 늘었다. 양파와 오이도 각각 91%, 31% 증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배춧값이 치솟아서다. KAMIS에 따르면 11일 기준 배추 10㎏(그물망 3포기) 중도매인 판매가는 2만7380원이다. 3만원이 넘었던 전월보다는 조금 내려갔지만 여전히 비싸다. 1만원대이던 1년 전보다 78.16% 올랐고, 평년과 비교하면 가격이 116%나 상승한 상태다.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8796원으로 전날보다 3.68% 내렸지만, 6000원대이던 전년 대비 34.8% 오른 수준이다. 평년보다는 36.5% 오른 상태다.
이와 관련해 G마켓 관계자는 "김장 김치를 대체할 수 있는 양배추 김치, 양파절임, 오이소박이 등을 만들기 위한 대체 채소나 완제품 포장김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포장김치도 배추 수급 문제로 깍두기나 열무김치, 묵은지 같은 상품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