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한류박람회②] 하루 상담액 `1800억원`…"점심 먹을 시간도 없다"

입력: 2024-10-13 11:00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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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 95개사 참가…日 바이어는 340개사
계약추진액 580억원 웃돌아…현장 MOU 6건
캔들·디퓨저, 건강기능식품, 라면조리기 '인기'

[도쿄 한류박람회②] 하루 상담액 `1800억원`…"점심 먹을 시간도 없다"

지난 11일 열린 '2024 도쿄 한류박람회' B2B 수출상담회 모습. <도쿄 한류박람회 공동취재단>

도쿄 한류박람회에는 340여명의 일본 바이어가 몰렸다. 하루 만에 총 736건의 상담(1800억원 규모)이 이뤄졌다. 향후 6개월 내 계약 예정 금액을 의미하는 계약추진액은 580억원을 웃돌았다.

11일 일본 그랜드 닛코 도쿄 다이바 호텔에서 열린 '2024 도쿄 한류박람회' 기업 간 거래(B2B) 수출상담회 행사장에는 95개 국내 기업의 대표자들이 자리했다. 이들은 눈코 뜰 새 없었다. 국내기업 수 대비 3배가 넘는 바이어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없이 분주했다.

일대일 수출상담은 국내기업의 상품을 보고 바이어가 상담 신청을 하는 방식이다. 수출상담회는 8시간 동안 진행됐다. 상담 한 건당 40분 정도가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12건의 상담이 쉴 새 없이 이어진 것이다.

이병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 도쿄무역관 부관장은 "인기 많은 기업은 상담이 모두 잡힌다. 신청하지 못한 바이어도 방문하기 때문에, 사실상 만날 수 있는 바이어 수는 더 많다"며 "일부 기업은 연이은 상담으로 식사도 거르고 일했다"고 전했다.

"볼펜이 없어졌어요." B2B 행사장 내 별도로 마련된 업무협약(MOU)장에서 뛰어나온 한 직원이 말했다. 이날만 총 6건의 MOU가 이뤄졌다. 소비재 분야에서 311억원, 소부장 분야에서 13억원 이상의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11일 열린 '2024 도쿄 한류박람회' B2B 수출상담회 모습. <도쿄 한류박람회 공동취재단>

캔들 방향제와 디퓨저 등을 제조하는 기업인 '팩토리노멀'은 이날 일본 바이어사 '로프트'와 MOU를 맺는 성과를 냈다. 로프트는 일본 3대 버라이어티샵(잡화상점)이다. 5321명의 직원을 두고, 일본 내 138개 직영점과 26개 가맹점을 둔 대형기업이다.

하정윤 팩토리노멀 대표는 "바이어들은 한국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제품을 원했다"며 "한국에서 인지도가 있는 제품을 일본에 소개해야 한류를 타고 더 많이 판매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팩토리노멀은 코트라가 업체를 선정할 당시 올리브영에 유일하게 입점해 있던 캔들 방향제를 만든 기업이다. 그는 "신규 상담한 곳들이 새로운 영업선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계속 백업해서 성과를 낼 것"이라며 "내일 B2C(기업 대 소비자) 행사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볼 수 있어서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하정윤 팩토리노멀 대표. <도쿄 한류박람회 공동취재단>

프로폴리스를 이용해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유니크바이오텍'도 몰려드는 상담에 분주했다. 프로폴리스는 벌이 식물들의 표피, 잎 등에서 채취한 수지(Resin)에 타액을 혼합해 만든 물질이다. 벌통 내 세균번식과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항염증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천연 항생제'로 불린다.

유니크바이오텍은 일본 돈키호테(할인잡화점)사 입점을 앞두고 있다. 권순선 유니크바이오텍 상무이사는 "돈키호테 측에서 먼저 관심을 보여 테스트 발주까지 진행된 상황"이라며 "올해 안으로 입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업이 만든 '맛있는 프로폴리스' 제품을 보고 이날 오후 4시까지 8건의 수출상담이 진행될 만큼, 유니크바이오텍은 박람회서 인기다.

권 상무이사는 "프로폴리스는 원래 맛이 없다. 그러나 샤인 머스캣 천연 농축액 등을 넣어 맛을 냈다"며 "한일 관계가 좋은 상태여서 그런지 몰라도 관심도가 높다. 콜라겐을 넣은 신제품 등을 개발해 일본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성인용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제품을 개선해 어린이용 제품도 개발·출시할 계획이다.

권순선 유니크바이오텍 상무이사. <도쿄 한류박람회 공동취재단>

'한강 라면' 신조어를 만드는 데 기여한 범일산업의 라면조리기도 바이어들의 '러브콜'이 잇따랐다. 한국 라면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라면조리기도 현재 30개국에 수출 중이다.

신영석 범일산업 대표는 "한류의 영향으로 K-푸드에 인식이 좋아지고 있다. 과거에 좋지 않았던 일본 경기도 회복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면조리기는 아직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며 "오늘도 하루 종일 미팅해서 바이어 8곳을 만났다"고 전했다.

신 대표는 "어디나 보면 수출여건은 녹록지 않다. 힘들지만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면서도 "한 번 성사될 때마다 짜릿함이 있다. 그 결과물들을 보고 계속 노력하고 있고, 잘될 것 같다"고 했다.

신영석 범일산업 대표. <도쿄 한류박람회 공동취재단>

도쿄=이민우기자 mw3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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