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규제 시장 과도한 쏠림 지적…"선제적 규제 필요"
"환금·유동성 고려시 필연적…'갑질' 방지면 충분"
"환금·유동성 고려시 필연적…'갑질' 방지면 충분"
업계에서는 독점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이용자 피해를 우려해 업비트의 점유율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과 특정 거래소 내에서만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용자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비트의 가상자산 거래 시장 독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업비트가 거래량, 예수금, 매출액, 수수료 전반에서 70%를 웃도는 공정거래법상 독점 상황임에도 금융위가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여전히 규제권 밖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쏠림 현상이 향후 이용자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과 자연스러운 시장 형성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선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한 시장 경쟁과 이용자의 선택지를 넓히는 측면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이 과도한 것은 맞다"면서 "이같은 시장 독점이 이어지면 신규 코인 진입 역시 특정 거래소에 집중되며 건전한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독과점은 새로운 시장 문제로 이어졌다"며 "최근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반독점 제재가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여전히 미흡한 상황에서 향후 가상자산 가격 변동에 따른 피해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사업 방식은 사실상 '비법'에 가깝다"며 "무법지대에서의 독과점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업비트를 시작으로 증권업 라이센스 획득 등으로 가상자산사업자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킬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독과점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해도 어떤 지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미 가상자산거래소가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에 사업자를 신고하고 영업행위를 이어가고 있고, 사회적 합의나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독과점을 제재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경우 각각의 거래소에 상장하고, 이용자가 특정 코인 거래를 위해서는 해당 거래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복수의 거래소에 상장된 동일 가상자산 역시 개별 거래소의 유동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점을 고려하면, 유동성이 많아 환금성이 높은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점유율은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불과 몇 년 전에는 업계 2위인 빗썸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했다"면서 "조만간 신설되는 증권시장의 대체거래소와의 경쟁에서 한국거래소가 과도한 시장 점유율을 가져간다면, 이것도 독점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독과점 문제와 함께 제기된 업비트의 '금산분리 원칙' 위반 문제 역시 무리한 해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거래소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위 '갑질'을 행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필요하지만, 특정 거래소의 점유율을 강제로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비트가 케이뱅크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 역시 가상자산사업자의 금융권 영향력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제기된 것"이라며 "업비트가 요구한 이용료율이 케이뱅크의 자산건전성을 해치는 수준인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 전반에 대해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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