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배달로봇에 달린 카메라 등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로 개인영상정보를 촬영해 인공지능(AI) 개발에 활용하려면 해당 차량·로봇 외부에 촬영 사실과 구체적 내용을 표시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AI기업들의 개인영상정보 처리를 돕기 위해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위한 개인영상정보 보호·활용 안내서'를 공개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9월 개인정보보호법에 신설된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조항(제25조의2)의 구체적 적용 기준과 산업계 문의사례 등을 담았다.
도로·공원 등 공개된 장소에서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된 영상은 자율주행 AI 개발에 필수적이지만, 얼굴 영상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돼 구체적인 활용 기준 마련이 요구돼왔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지난 3월부터 학계·법조계·산업계 등이 참여한 연구반을 구성해 비례성, 적법성, 투명성, 안전성, 책임성, 목적 제한, 통제권 보장, 사생활 보호 등 8대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안내서를 마련했다.
안내서에서는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별로 촬영사실을 표시하는 표준화된 방법과 부당한 권리침해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정보주체의 권리 보장을 위해 조치해야 할 사항 등과 같이 관련 사업자 및 제품·서비스 개발자 등에게 필요한 세부사항을 반영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는 외부 전면 및 양 측면, 로봇은 외부 전면이나 후면 또는 측면, 바디캠은 본체(불빛·소리)와 운영자 복장 등에 문자나 그림 등으로 촬영사실을 표시해야 한다. 촬영 중이라는 사실과 촬영주체에 대해 담아야 하며, 해당 영상 처리 관련해 알 수 있는 홈페이지 주소(QR코드 포함) 표시는 권장사항이다. 드론의 경우 개인정보위 웹사이트에 촬영사실을 공지하고 운영상황에 따라 추가 표시하며, 촬영 주체·목적·지역·기간과 관리책임자 연락처 등이 요구된다.
자율주행차·배달로봇 등이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된 불특정 다수의 영상을 AI 학습에 활용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얼굴 모자이크 처리 등으로 가명처리한 후 활용해야 한다. 다만, 연구목적 달성을 위해 영상 원본 활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규제샌드박스(규제유예제도) 실증특례 제도를 통해 개인정보위가 제시하는 안전조치를 모두 준수하는 조건으로 영상 원본을 자율주행 AI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안내서는 개인영상정보를 안전하게 보관·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과 유출 또는 훼손 예방을 위한 안전성 확보 조치 세부내용 및 정보주체 권리행사 방법·절차의 공개 등에 대해서도 다뤘다. 외부업체 위·수탁을 통해 개인영상정보를 처리하는 경우에는 보호책임자 지정 및 주기적인 점검·교육 등을 통해 업무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개인영상정보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개인정보위는 앞으로 관련 법령 제·개정이나 AI 기술의 발전에 따라 안내서를 지속 개선·보완할 방침이다. 양청삼 개인정보위 개인정보정책국장은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제품·서비스 개발자 등이 이번 안내서를 참조해 개인영상정보의 안전한 산업적 활용을 촉진하면서도 정보주체에 대한 권리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글로벌 차원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마련된 기준은 자율주행과 AI 분야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조치"라며 "데이터 경제 활성화와 개인정보 보호의 균형을 이뤄 우리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