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13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 해변의 우주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우주여행 시대의 새 지평을 열었다.
화성 탐사선 발사체 로켓을 젓가락 모양의 두 로봇팔이 정확하게 잡아내는 모습을 보여준 것인데, 이에 대해 소셜미디어에서는 하루 종일 "이거 실화인가? 무슨 공상과학(Science fiction)처럼 느껴진다"는 식의 경탄이 쏟아져 나왔다. 회사측은 이 기술로 하루에 여러 차례 발사를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를 놀라게 하는 혁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한때 세계 반도체 1위 자리까지 올랐던 삼성전자는 나홀로 '반도체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적시 대응하지 못해 당초 기대보다 부진한 3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엔비디아와 TSMC,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밀려드는 수요에 일일이 대응하지 못할 만큼 실적 호조를 이어가는 것과는 대조된다.
삼성 반도체에 당연히 붙었던 '세계 최초'라는 키워드도 어느 순간 조직 내부에서조차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대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혁신보다는 보수적인 투자로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를 놀라게 하는 혁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재계에서는 관리와 시스템 중심의 대기업의 조직문화가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임원을 거쳐 계열사 대표까지 역임했다는 A씨는 최근 삼성전자의 상황에 대해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빅테크들도 영혼까지 끌어모아 인공지능(AI)에 투자하는 마당에 삼성은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돈줄을 잡고 투자보다는 지키기에 신경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들이 재무 관리에만 집중하는 것은 그만큼 외부 압박 요인이 크다는 의미기도 하다. 좋게 말하면 재무 리스크 관리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적극적인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AI발 '쩐의전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138조원의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지만,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대규모 인수합병(M&A)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가 하루가 멀다 하고 M&A 소식을 내놓는 것과 대조된다.
이처럼 삼성이 적극적인 투자에 움츠려 든 배경으로는 '1등 문화'에 압박감과 함께 이재용 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도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회장은 2022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면서 등기임원에 들어갈 수 있는 상태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인해 아직까지 이사회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삼성의 신속한 경영 판단과 공격적인 투자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수의 대기업들은 혁신보다 사법 리스크나 규제폭탄을 막기 위해 이사진에 사업 전문가보다 전직 관료 출신이나 법조계 출신들을 더 선호하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지난 3월 매출 상위 30대 그룹의 237개 계열사 중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한 71개사의 주주총회 소집결의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신규 추천 사외이사 103명 가운데 39.8%(41명)가 전직 관료 출신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삼성 출신 A씨는 반도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절체절명'의 쇄신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치열함과 절박함이 없는 게 가장 큰 리스크다. 1등을 쫓아가는 게 아니라 1등을 유지하려면 다른 접근과 문화를 도입해야 하는 데 여기에 실패한 게 크다"며 "사업조직의 책임자가 소신껏 뜻을 밀어붙이도록 밀어주고 실패를 용인하지 못한 것이 삼성이 지금 위기를 겪는 이유"라고 말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