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LUENCER] 세상에 날리는 덩크 슛~

입력: 2024-10-14 17:57 박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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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하승진'
한국 첫 NBA리거, 1위 농구전문 유튜버로
선수시점서 날카롭게 짚는 프로리그 한계점
은퇴 운동선수에 제2막 가능성 열어주기도

2023년 1월 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팬들의 환호와 함께 유례없는 장기 상영을 기록했다. 1년. 역대 최장기 연속 상영 기록이었다. 겨울에 시작된 영화는 사계절을 지나 다시 겨울을 맞이할 때까지 관객 곁을 지켰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 덕분이었을까. 농구를 소재로 한 영화 '리바운드'와 '에어'가 2023년 4월 연이어 개봉했다. 하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 소식에 시큰둥했던 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없는 농구를 소재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농구'는 관심 없었지만, 농구 열풍에 함께 빨려 들어간 '농구'를 콘텐츠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들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는 농구 전문 유튜브 채널은 무엇일까. 유튜브·인스타그램 빅데이터 분석사이트 IMR(Influencer Multi-Platform Ranking)의 튜브 순위에 따르면 2위는 '비스토리(B' Story)', 3위는 '럽볼'이다. 그리고 독보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채널 1위는 '하승진'.

1위를 차지한 '하승진'은 '한국 최초의 NBA리거' 하승진이 2019년 현역 은퇴 선언 직후 개설한 채널로 현재 구독자 46.1만 명, 누적 조회 수 2억 2274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 중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프로농구 리그를 모두 경험해본 선수 출신으로서 한국 농구계를 향한 소신 발언을 서슴지 않는 솔직 화법의 영상들이 가장 눈길을 끈다. '한국 농구가 망해가는 이유'(371만 뷰), '한국 농구에서 월드 스타가 안 나오는 이유' (114만 뷰)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이 내용을 다룰까 말까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우리들에게 이런 문제점들이 있다', '내부에서는 누구나 알지만, 누군가는 얘기해줬으면 좋겠다', '곪아서 썩어가고 있는 문제점들을 누군가 속 시원히 고름 짜내듯이 짜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줄곧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감히 제가 주제넘게 얘기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저의 뿌리는 농구입니다. 평생을 농구로 먹고살아 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습니다. 그만큼 한국 농구에 대한 애정이 강합니다. 이대로 한국 농구가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기에 주제넘게 한번 나서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런 주제를 다룬다고 해서 우리나라 농구판에 큰 변화가 생길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누군가는 했으면 하는 내용이었기에 용기 내봤습니다. 예전에 한국 농구에 열광하던 팬들의 모습이 부활하길 바라는 수많은 농구인 중 한 명의 푸념이었습니다."

2019년에 올린 영상이지만 영상뿐만 아니라, 영상과 함께 올린 글은 지금 보아도 명문이다. 그의 예상대로 지금 2024년에도 별반 변화가 생기지 않은 농구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농구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보아도 그의 비판은 눈여겨보면, 각자 그 위치에 속해있는 모임, 회사, 정치 등 모든 조직에 효용 가능하다.

혹자는 하승진이 은퇴한 선수이기 때문에 거침없이 주장을 내뱉을 수 있었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평생을 농구로 먹고살아 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은" 사람이라면 현직이든 전직이든 하기 힘든 발언들이라는 데는 동의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무거운 주제들의 영상이 이슈가 됐지만, 전 농구선수 전태풍과 국내외 농구계의 핫 이슈를 다루는 토크쇼 '하태하태', 농구 게임 'NBA 2K'의 플레이 영상을 선보이는 '하승진의 NBA 2K' 등도 주요 콘텐츠다.

하승진이 농구선수가 아닌 유튜버로서 갖는 의미도 남다르다. 유튜브가 은퇴한 운동선수들에게는 인생 제2막을 여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현역 선수들에게는 취미생활의 공간이자 팬과의 소통통로로 여겨지면서 점점 더 많은 운동선수가 유튜버로 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46.1만 명의 하승진은 구독자 118만 명의 배우 김연경, 85.7만 명의 격투기 김동현, 47.5만 명의 축구 조원희에 이은 대형 유튜버다. 그 뒤로 35.8만 명의 김병지, 농구로는 20만 명의 전태풍, 15.3만 명의 코삼부자 by 허웅 허훈 허재 등이 뒤따르고 있다.

이외에도 조회수 171만의 '불쇼 가능한 75.5도짜리 술... 론디아즈151 마셔봤습니다 (Feat.전태풍)', 169만의 '마시면 다다음 날 일어난다는 기적의 술? ？틴큐 마셔봤습니다..(Feat.전태풍)', 113만의 '태풍이 형이 원했던 고급 소주 화요53을 대접해드렸습니다!' 등 '미자네 주막'이나 '구독안하면 지상렬' 뺨치는 '술 먹방 유튜버'로서 하승진의 활용법도 재미있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농구와 술 등 개별 콘텐츠들이 하승진이라는 공통된 배경을 통해 꽤 의미 있는 유튜브로 탄생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강백호는 안 감독에게 "감독님의 전성기는 언제였냐"라고 물으며 본인은 "저는 지금"이라고 말한다. 영화 '리바운드'에서도 강 코치(안재홍)는 선수들에게 확신에 차 말한다. "농구는 여기서 끝나도 인생은 계속된다"라고.

누군가에게는 명대사라지만, 누군가에게는 손발 오그라드는 클리셰 같은 장면이었다면, 하승진은 유튜브를 통해서 그 대사들을 재미와 웃음과 함께 증명하고 있다.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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