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태 아주대학교 사이버보안학과 연구교수 인터뷰
이원태 아주대학교 사이버보안학과 연구교수(전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AI 시대에 사이버안보법 마련은 중요한 과제"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2007년부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정보보호, AI, 인터넷 윤리 등 ICT 관련 정책 연구를 해온 전문가로, 2021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6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1월 KISA 원장직을 마친 뒤 아주대 사이버보안 연구교수로 활동 중이다. 연구와 강의를 병행하며, 정보보호법과 사이버보안 최신 동향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 3년간 KISA 원장으로 지내면서 사이버보안 거버넌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고 지금은 강의 준비와 정보보호 및 법 제도 관련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발전한 AI는 사이버보안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에 AI, 특히 생성형 AI의 사회경제적 충격이 워낙 큰 만큼 AI 규제 거버넌스, AI와 사이버보안의 이슈가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기존의 규제 체계로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KISA 원장 재임 시절 AI 보안의 중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AI 시큐리티 데이'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이 행사는 지금도 정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AI가 보안 위협에 노출되거나 악용되었을 때를 대비하는 연구와 정책개발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사이버안보법 정비와 거버넌스 체계 재정립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사이버보안 거버넌스는 위험관리체계(RMF)라는 틀을 통해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며 "AI 발전에 따른 보안 위협은 기존 규제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민관 협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국가사이버위기관리단을 통한 신속하고 협력적인 대응체계 마련이 긴급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게 이 교수의 판단이다. 공공·금융부문의 망 분리 개선도 한발 나아간 조치로 평가한다.
최근 국정원이 발표한 망 분리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이 교수는 "국가 보안 정책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는 중요한 발표"라며 "이를 통해 보안 기업들과 IT 기업들이 공공 서비스와 클라우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국정원은 지난달 개인정보처리시스템에 대한 인터넷망 차단 조치 제도개선(안)을 발표했다. 앞으로는 차단 대상 컴퓨터 등의 위험분석을 통해 취급자 컴퓨터 등을 3단계로 구분하고, 차단 수준을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AI를 활용한 허위 영상물 제작 등으로 논란이 된 딥페이크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이 교수는 "AI 딥페이크 문제는 청소년 교육과 관련되는 만큼 AI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전반에서 경각심을 높이고, 불법적으로 정보가 유통되는 다크 웹과 같은 공간에 대해 기술적 차단과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KISA의 역할과 위상 강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KISA는 전형적 다부처 지원기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 주요 정부 부처의 디지털·보안 관련 업무를 지원한다.
그는 "KISA는 민간 사이버보안을 지원하는 중심 기관으로, 국정원, 과기정통부, 개인정보위 등 유관 부처를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국정원 중심의 사이버보안 거버넌스 재편으로 인해 KISA의 역할이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의 위상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KISA가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 교수는 "급변하는 사이버 보안 트렌드를 주도하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이버 범죄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국민과 민생을 위하는 자세로 노력하는 모습에 뿌듯하다"면서 "사이버 보안 거버넌스 체계에서 KISA가 선제적 어젠다를 제시하고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역할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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