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을 담보증권으로 인정하자 은행들이 커버드본드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이 적극적으로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 가운데 하나·우리·NH농협은행도 연내 또는 내년 상반기 커버드본드 발행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커버드본드란 발행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투자자가 담보에 대한 우선변제권과 발행기관에 대한 이중상환청구권을 보유한 채권을 말한다.
국민은행은 5억유로 규모의 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이번 발행은 지난 2020년 7월 첫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 후 국민은행의 다섯 번째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이다. 발행금리는 유로화 미드스왑(MS) 금리에 45bp(0.01%=1bp)를 가산한 연 2.828%로 결정됐다. 싱가포르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래소에 상장된다.
이번 채권 발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빅 컷(기준금리 0.5%p 인하)'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이뤄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S&P와 피치로부터 최고등급인 'AAA'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신용도와 안정성을 바탕으로 유럽 투자자들의 견조한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게 국민은행 측 설명이다. 이번 커버드본드로 조달된 자금은 국민은행 지속가능금융 관리체계에 해당하는 친환경 및 사회적 프로젝트에 사용될 예정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8월 총 3000억원(5년만기 2000억원·10년만기 1000억원) 규모의 한국주택금융공사 지급보증을 활용한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지난달에도 3000억원(5년만기 3000억원) 규모의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신한은행도 이번달과 12월 각각 2000억원, 3000억원 만기 도래하는 커버드본드가 있어 올 하반기 총 5000억원 규모 이상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달 초 신한은행은 4억달러 규모의 포모사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대만 시장을 공략한 포모사 커버드본드가 등장한 것은 전 세계 최초다.
첫 포모사 커버드본드란 상징성 외에도 오랜만의 달러채 커버드본드란 점이 투자 수요를 흡수했다. 커버드본드가 주로 유로화로 발행됐던 터라 달러화에 대한 희소성이 부각됐다는 평이다. 일례로 한국물 달러화 커버드본드 발행 역시 2017년 주택금융공사 조달이 마지막이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그린모기지 공급 관련 커버드본드 5억유로 규모의 외화 커버드본드 공모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 8월에는 10년 주기형 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출시 관련 사회적채권 연계 커버드본드 3000억원을 발행했다.
NH농협은행도 내년 상반기까지 1500억원의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커버드본드 발행을 계획 중이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권에선 커버드본드 발행이 활성화되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늘어나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개선에 도움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중상환채권법에 따라 발행기관은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안정적인 자금 확보 또는 가계부채 구조개선에 적합하도록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 10년 이상 장기 커버드본드에 대한 예대율 인정, 한은의 적격 담보대출 편입 등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며 "주담대가 늘어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조달을 확보해야 하므로 커버드본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출 적격담보증권 확대는 필요시 은행에 대해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을 넓히고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커버드본드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