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조설근 지음 / 홍상훈 옮김 / 솔 펴냄
조설근 지음 / 홍상훈 옮김 / 솔 펴냄
![[논설실의 서가] `가없는 사랑의 세계` 그려낸 中 대하 고전 소설](http://contents.dt.co.kr/images/202410/2024101602102369058002[1].jpg "[논설실의 서가] `가없는 사랑의 세계` 그려낸 中 대하 고전 소설")
'홍루몽'(紅樓夢)은 '붉은 누각의 꿈'이라는 뜻이다. 홍루(紅樓)는 고대광실의 집이기도 하고, 여성들이 기거하는 규중의 방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크게 두 줄기로 진행된다. 하나는 봉건사회의 축소판인 가씨 가문, 즉 녕국부와 영국부의 호화로운 삶과 거기에 기생하는 수많은 군상들, 그리고 가문의 쇠락으로 이어지는 사회사적 흐름이다. 여기에서는 조상의 음덕으로 부귀영화를 누리는 귀족가문의 무능한 후손들이 사치와 방탕으로 타락하면서 집안이 기울어지는 과정과, 그들의 그늘에서 사리사욕을 챙기는 무리들의 실체가 폭로된다. 둘째는 '목석전맹'(木石前盟)이라는 전생의 인연으로 엮어진 가보옥과 임대옥, 그리고 '금옥량연'(金玉良緣)이라는 현세의 운명으로 엮어진 가보옥과 설보차의 비극적 삼각관계다. 사랑 이야기는 가씨 가문의 저택안 대관원이라는 정원에 운집한 여인들의 순결하고 아름다운 삶과 함께 슬픈 동화처럼 펼쳐진다. 냉정하고 잔혹하기까지 한 봉건 예교의 현실속에서 희생당하는 주인공들의 순수한 이상을 통해 덧없는 꿈과 같은 인생의 본질을 120회나 되는 장편의 이야기로, 또 '꿈속의 꿈'으로 서술해나간다.
중국 고전소설의 백미로 손꼽히는 '홍루몽'은 치밀한 구성과 범상치 않은 스토리로 청춘남녀의 비극적 사랑과 어지러운 시대상을 보여주며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아울러 작품의 독특한 부호체계와 상징성 등으로 인해 복잡하고 해독하기 어려운 텍스트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래서 '홍루몽'을 연구하는 '홍학'(紅學), 홍루몽의 역사를 연구하는 '홍학사'(紅學史)라는 분야도 생겨났다. 홍루몽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와 연극, 드라마도 있다. 근대 중국의 문호 루쉰(魯迅)은 "'홍루몽'에서 경학가는 '역경'(易經)의 원리를 보고, 도학가는 음란함을, 재자(才子)는 애절한 사랑을, 혁명가는 만주족에 대한 거부 정신을, 헛소문 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궁중의 비사를 본다"고 말했다. 마오쩌둥 또한 "홍루몽은 다섯 번은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문장과 내용의 내공이 깊다는 뜻일 게다. 조선후기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의 '구운몽'(九雲夢)도 홍루몽과 비슷한 줄거리와 형식을 갖고 있다. 전 7권으로 만만찮은 분량이지만 독서의 계절, 홍루몽의 세계에 빠져보자.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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