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김 여사를 이달 말 열릴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건희 상설특검'을 추진하기 위한 국회 규칙 개정안도 야당 주도로 상정해 소위에 회부했다.
운영위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감사 관련 일반증인·참고인 채택의 건을 의결했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친인척이 수사 대상이 되는 사건에 대한 상설특검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여당의 추천권을 배제하는 내용의 국회 규칙 개정안도 상정해 소위에 회부했다.
전체회의는 시작부터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 간사가 회의 전 증인 채택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했으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 탓이다. 야당은 김 여사와 친오빠인 김진우씨를 비롯해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 관계자인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명태균씨, 김대남 전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 등을 증인으로 선택했다. 이에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그 가족들을 증인으로 부르려고 했으나 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토론이 격화되자 박찬대 운영위원장은 여야 간사 간 협의를 다시 진행하라며 정회를 선포했고, 이 자리에서도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여당 의원들은 회의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운영위는 민주당이 요청한 증인·참고인 33명을 이번 국정감사 일반증인·참고인으로 채택 의결하고, 국회 규칙 개정안 상정과 소위 회부 역시 야당 단독으로 강행했다.
현행 국회 규칙에 따르면 특검 임명을 위한 추천위는 제1교섭단체와 그 외 교섭단체가 각각 2명씩 추천하게 돼 있다. 이번에 민주당이 상정한 개정안은 대통령 또는 친인척이 수사 대상이 되는 사건에 대해 여당의 추천권을 배제하는 내용이다.
상설특검은 별도 특검법 제정이 필요 없는 만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김 여사 관련 의혹 중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행위' 등 세 가지를 상설특검으로 수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운영위 전체회의에서는 임광현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도 운영개선소위로 회부됐다. 본회의 자동 부의 대상에서 세입 부수 법안을 제외하고, 예산안 심사를 연말까지 마치지 못하면 국회의장이 부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대응을 시사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운영위 회의 시작 전 "근본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다.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회의 시작 전 입장문을 내고 "상설특검법 국회규칙 개정안은 명백히 위헌임은 물론이고, 과거 민주당이 소수 야당이던 시절 '여야 동수 추천 원칙'을 주장했던 모습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운영이 여당 간사인 배준영 의원은 정회 후 기자들을 만나 "여야 합의로 통과하지 않은 부당한 법안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16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찬대 위원장이 여당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 등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건을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