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가 핵심기술 보호를 위해 특허빅데이터가 기술유출 포착에 활용되고,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는 다양한 기술유출 행위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법적 체계가 한층 강화된다.
특허청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44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글로벌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유출 대응방안'이 상정·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에는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의 기술 유출 우려를 막고, 중소·벤처기업을 상대로 한 기술 탈취를 방지해 국가 기술보호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대책들이 담겼다. 최근 5년간 해외 기술 유출 시도만 97건, 유출 시 피해액은 23조원대로 추산된다.
우선, 특허청은 5억8000만건의 특허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전 기술 유출을 포착해 방첩기관에 공유하는 등 선제적 기술유출 방지 체계를 구축한다. 특허빅데이터는 전 세계의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이 생성한 고급 기술 정보의 집약체로 글로벌 R&D 동향과 핵심 인력, 기술 트렌드 등이 포함돼 있어 이를 분석하면 기술 유출 탐지를 위한 핵심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 4월 국가방첩기관으로 지정된 특허청은 국가핵심기술 신규 지정 또는 변경 시 활용 가능한 특허동향 정보, 권리이전 및 인력 정보를 유관 부처에 제공할 계획이다.
특허청의 기술 전문인력을 활용한 범정부 기술유출 수사 고도화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1400여 명의 특허청 심사·심판 전문가를 활용해 정보·수사기관의 첩보·수사 단계에서 기술 범죄 성립 여부 판단을 지원하는 기술자문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다양한 기술유출 행위에 대한 핀셋 대응이 가능하도록 영업비밀 보호제도를 세밀하게 정비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경법) 개정을 추진한다.
영업비밀 침해를 알선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민·형사적 구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아울러, 외국 기업이 한국 자회사를 통해 영업비밀을 해외로 유출하는 등 신종 기술유출 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영업비밀 재유출 행위 처벌 제도를 신설할 방침이다.
기술침해 피해 구제 강화도 추진한다. 증거 확보 부족으로 기술침해 소송의 승소율과 손해배상액이 현저히 낮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기술침해 소송의 재판 전문성 향상을 위해 기술침해 사건 관할 집중을 추진한다. 소관 관할 집중은 현재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품종보호권 사건의 민사 본안에만 적용되고 있으나, 향후에는 영업비밀, 산업기술 보호, 부정경쟁행위 사건 등 민사 본안과 가처분, 형사까지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술보호 컨설팅과 아이디어 원본증명 등 중소기업 기술 탈취 대응책을 확대키로 했다.
김완기 특허청장은 "점차 고도화·지능화되고 있는 해외 기술유출 시도에 맞서기 위해서는 대응 방식도 보다 과학적이고 세밀해져야 한다"면서 "특허청의 특허빅데이터와 기술 전문 인력을 활용해 기술유출 조기 포착과 빠른 수사가 진행되도록 하고 선제적인 기술보호 체계 강화로 역동경제 견인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