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나요. 어렵고 딱딱한 증시·시황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래서 왜?'하고 궁금했던 부분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사진 픽사베이]
현재 증권시장의 핫 이슈는 단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입니다. MBK·영풍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간의 유불리 논쟁, 그리고 주가 급변동과 상관없이 이번 사태는 우리 기업에 큰 숙제 하나를 던졌습니다.
바로 기업 지배구조, 즉 '거버넌스' 개선입니다.
MBK는 경영권 분쟁에 참전하면서 고려아연의 거버넌스를 개선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밝혔습니다.
사모펀드(PEF)의 기업 경영권 분쟁 개입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워 참전하는 것은 국내 자본시장에선 첫 사례입니다.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오너 리스크'를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겠단 건데요. 이른바 약탈적 사모펀드가 아닌, '건강한' 투자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겁니다.
만약 MBK가 경영권을 확보하고, 고려아연의 이사회 구성과 경영진의 역할을 잘 조정해 지배구조 개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낸다면, 이는 업계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을 겁니다.
더 나아가 향후 다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요.
미국에서는 이미 사모펀드가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해 기업의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한 여러 사례들이 있습니다.
1988년 당시 세계 최대의 인수합병(M&A) 딜이었던 RJR 나비스코의 인수에 성공한 KKR은 기업의 비용 구조를 재조정하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이사회를 강화하고 성과 기반의 보상 시스템을 도입해 경영진이 주주 가치 극대화에 집중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물론 PEF도 막대한 수익을 거두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가 경영진을 압박해 주주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베인캐피털은 공구 제조업체 다월트를 인수해 관리 구조를 개혁하고, 효율적인 공급망 및 생산 전략을 도입했습니다. 역시 경영진에 대한 성과 기반의 보상 제도를 도입해 경영진이 명확한 목표와 책임을 지도록 했고요.
2016년 보안 서비스 회사 ADT를 인수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거버넌스 개선 이후 ADT의 거버넌스 구조가 투명하고 주주 중심적인 방식으로 변화한 사례도 있습니다.
물론 MBK의 개입이 성공적인 거버넌스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당분간 몇 가지 지표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겁니다.
첫 번째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입니다. MBK가 추진하는 구조 조정이 경영진의 권력을 분산시키고, 독립적 이사들이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지가 중요하겠죠.
둘째로, 주주 가치가 실질적으로 향상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배당 확대, 경영 정보의 투명한 공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표 개선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야 합니다.
MBK가 지배구조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다면 PEF가 단순하게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주체가 아닌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목표로 기업의 거버넌스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한국 자본시장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고요.
이번 경영권 분쟁은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 상황입니다. 변수가 많아 누가 이길 지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또한 MBK 연합이 승리한다고 해서 지배구조가 개선될 지, 그리고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성실히 지킬 지는 알수 없습니다.
최윤범 회장 측이 승리한다고 해도 일단 부각된 지배구조 대수술 압력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번 사태가 한국 기업의 건전한 지배구조 개선, 그리고 기업 밸류업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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