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에서 텃밭을 사수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인적 쇄신론을 제기하는 등 발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일들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것이 반복되면서 정부의 개혁 추진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도 있지만 그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들도 있었고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서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것으로 국민 걱정과 우려를 이번에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특히 김 여사를 둘러싼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시급하게 필요하다"며 "인적 쇄신은 꼭 어떤 잘못에 대응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정치와 민심을 위한 정치를 위해 필요한 때 과감하게 하는 건데 지금이 그럴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여사는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또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하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필요한 절차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것에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 대표는 이날 검찰의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외부에서 수사 기록을 다 알 수 없으니 판단하긴 어렵지만 검찰의 설명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민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조치들을 신속히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재발의한 '김 여사 특검법'의 수용 가능성에는 "법안을 보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한 대표는 다음주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할 예정이다.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이 자리에서도 관련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독대에서 김 여사 라인 인적 쇄신, 대외 활동 중단 요청을 할 것인지 묻는 질의에 "만날 때 어떤 말을 할지 미리 리스트업해서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당정 갈등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한 대표는 "중요한 건 어떤 게 국민을 위해 옳은 정치인지 치열하게 토론하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이견이 있는 것을 갈등이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이를 반영하는 정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당대표의 중요한 임무"라며 "저는 제 임무를 다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대표는 "구태 정치를 쇄신하고 변화하라는 것이 이번 재보선에서의 국민들의 명령"이라며 "정치 브로커와 기회주의자들이 보수 정치와 국민의힘에서 활개 치는 것을 막겠다"고도 했다. 한 대표는 "국민들께서 이번 선거를 통해서 저희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셨으니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당의 절차를 통해서 그리고 사법 절차를 통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광역의원 연수 행사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