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법률사무소 변호사거쳐 대학교수로 재직… 특이한 경력 소유
"AI·개인정보보호 조화 등의 이슈에 대해 국가 차원 방향 수립 기여할것"
"AI·개인정보보호 조화 등의 이슈에 대해 국가 차원 방향 수립 기여할것"
![[오늘의 DT인] "위험통제가 `법`의 본질… AI시대엔 브레이크 아닌 동력장치 역할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410/2024101802102131650001[1].jpg "[오늘의 DT인] \"위험통제가 `법`의 본질… AI시대엔 브레이크 아닌 동력장치 역할해야\"")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법학에도 중대한 도전입니다. 법의 본질은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지만 AI시대에는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1일 만난 이성엽(사진)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은 "법은 자동차로 치면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또 항상 기술이 먼저 발전하고 나서 법이 따라갔다. 그러나 AI시대에는 브레이크가 아닌 동력장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규제법과 ICT 법·정책 분야 국내 대표적인 전문가인 이 회장은 정부부처와 법무법인, 대학 강단에서 고루 활동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고려대 법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거쳐 서울대 법학박사를 취득한 그는 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정보통신부 공무원으로 일했다.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거쳐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정부부처와 김앤장에서 각각 11년 활동한 데 이어 대학 강단에 선 지 9년 됐다.
고려대에선 기술법정책센터장과 데이터·AI법센터 대표를 겸하면서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공법학회 부회장, 대통령 소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 국무총리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위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규제심사위원장도 맡고 있다.
사회적 위험통제를 위해 작동하는 법을 주로 들여다보는 전문가이지만 신기술과 법제, 정책의 조화와 융합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법을 위한 법, 규제를 위한 규제가 사회와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지나치게 옭아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이 회장은 최근 국내 대표적인 법학자, 공학자, 인문학자, 경제학자 등 20여명의 전문가와 함께 '생성형 AI와 법'이라는 저서를 내놨다. 규제를 양산할 게 아니라 기술 진보를 받아들이면서 사회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법·규범이 필요하다는 출발점에서 생성형 AI 관련 법 이슈를 총망라한 책이다.
![[오늘의 DT인] "위험통제가 `법`의 본질… AI시대엔 브레이크 아닌 동력장치 역할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410/2024101802102131650001[2].jpg "[오늘의 DT인] \"위험통제가 `법`의 본질… AI시대엔 브레이크 아닌 동력장치 역할해야\"")
이 회장은 "지금까지는 신기술이 나오면 법이 발전을 막는 일이 많았는데, 이를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 하에 치열하게 머리를 맞댔다"고 말했다.
600쪽이 넘는 책은 생성형 AI 관련 주요 흐름과 전망, 관련 법·규범 이슈와 함께 헌법, 민법, 형법, 행정법 등과 관련된 생성형 AI의 쟁점을 담았다. 이 교수를 포함,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 박광배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 변호사, 정영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정채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등 법·기술·보안·인문학·지식재산 전문가들이 저자로 참여하고, 이 회장이 전체를 아우르는 편저자 역할을 했다.
법이 기술 발전을 못 따라가는 데이터·플랫폼 분야에서 법 체계와 정책 수립을 주도하며 ICT 분야 법 기틀 마련을 주도해온 그는 앞으로 AI와 개인정보보호의 조화 등의 이슈에 대해 법조계의 지혜를 모으며 국가 차원의 방향 수립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국내에 데이터·플랫폼 법 전문가가 없을 때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보람이 있다. 이제 AI와 개인정보 분야에서 그런 활동을 하고자 한다"면서 "생성형 AI 도입으로 인해 기존 법이론이 전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개인정보·저작권 등 기존 법제와 기술발전이 충돌하는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외에 생성형 AI 관련 법이론서가 아직 없는데 우리가 앞서간다는 점에서 보람이 있다"면서 "법이 생성형 AI의 발전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산업혁신과 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지도록 법제가 기여할 부분을 들여다 보고 사회적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생성형 AI가 기존 기술과 다른 점은 그동안 사람만 할 수 있던 일을 기술이 하게 됐다는 점이다.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거나 오류를 짚어내는 수준에서 나아가 콘텐츠를 만들고 그림을 그린다. 사람만이 법적 행위자라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형법, 민법 등 각종 법이 바뀌어야 한다.
이 회장은 "사람을 전제로 만들어진 형법, 민법 등에서 AI가 행위자로 등장하는 것이다. AI가 사기를 치고 권리능력을 가지게 될 때 이를 법 체계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수용할 것이냐는 중대한 도전을 맞았다"면서 "전체 법체계가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낼 경우 자동차 기업, AI 기업, 차량 소유주 중 누구 책임이냐, 자율주행차가 인사 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경우 군중을 피해 소수의 사람과 충돌하도록 알고리즘을 만드는 게 윤리적으로 맞느냐 등의 이슈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독일 등 일부 국가는 AI도 제조물로 봐서 제조물과 같은 수준의 책임을 물리는 법을 도입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정리가 안 돼 있다. 이 회장은 "사람에 맞먹는 지능을 가진 범용AI(AGI)가 등장하고 로봇과 결합할 경우, 마치 사람 같은 로봇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활동을 할 경우 법체계에서 어떻게 수용할 지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과 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법조인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법으로 지식재산을 보호함으로써 기술개발 의욕을 높이고 산업발전을 돕는 것처럼 법이 산업진흥을 위한 기반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국내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AI기본법도 산업진흥에 중심을 두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규제를 다 기본법에 넣으면 AI 기본법이 아니라 규제법이 됩니다. 그럼 유럽연합(EU)과 비슷해지는데 우리가 선택할 방향이 아니지 않나 생각합니다. AI기본법은 산업진흥에 무게 중심을 두되 AI의 부작용에 대한 규제는 해당 분야 법에서 구체적으로 담는 게 맞다고 봅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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