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생물보안법'을 통과시키면서 관련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국내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지원법 제정을 추진하고, 기업들은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CDMO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지원특별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 법에 CDMO 기업의 품질 인증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이 법안은 국회도 뜻을 같이 하고 있어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달 10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미국 생물보안법으로 인한 기회를 국내 기업들이 차지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이날 오유경 식약처장은 "미국에서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면 국내 CDMO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세포 은행이나 벡터 같은 원료물질에 대해 인증제를 시행하는 등 제도가 법률화되면 경쟁력이 더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과 인도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언급하며, 바이오산업 성장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생물보안법은)한국 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새롭게 열린 CDMO 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약 20%에 달한다. 일본, 인도 등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정부의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실제로 일본은 '백신 CDMO 등 생산체계 강화를 위한 바이오의약품 제조거점 정비사업'을 추진해 약 3조2560억원을 바이오의약품 기업에 투자했다. 인도는 자국 제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의약품 업체에 6년간 재정 지원을 하는 '생산 연계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 기업들도 CDMO 투자 강도를 높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중 100% 지분을 소유한 CDMO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18일 홈페이지에 올린 주주 대상 공지문에서 "항체 개발 및 생산 노하우를 활용하면서 낮은 증설 비용,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기존 CDMO 기업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 추진의 중요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사업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빠르게 진행 중"이라며 "연내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설비 증설과 영업 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동시에 내년부터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올해 송도 바이오캠퍼스의 제1공장을 착공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뉴욕 시러큐스 바이오캠퍼스의 ADC 서비스, 제품 생산기술 역량 등을 해외에 소개하며 글로벌 고객사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CDMO는 지난해 기준 상위 5개 기업이 64.5%를 차지하는 과점 시장"이라면서 "생물보안법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2위 기업으로, 중장기적으로 점유율 축소가 예상되는 만큼 경쟁기업이나 신규 플레이어에 기회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