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지난 10·16 재보궐선거에서 치룬 '진보 내전'은 끝났지만 양당 간 '뒤끝'은 여전히 남아 있는 모양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지원단장을 맡았던 황명선 조직사무부총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한마디로 진보 진영이 똘똘 뭉쳐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심판하라는 명령"이라며 "서울과 호남 두곳에서의 승리와 험지에서의 선전까지 무거운 책임감으로 받아들이고 국민께서 명령하신 정권 심판의 길로 한치의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 조직사무부총장은 "선거를 함께 치른 혁신당 후보님들께도 수고하고 아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과정에서 서운한 점과 아쉬운 점, 불편한 점이 있으리라고 본다. 너른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보궐선거로 나타난 민심은 민주당에게는 지역 현장과 중심 역할을, 혁신당에게는 정책 중심과 쇄빙선의 역할을 충실히 하라는 것"이라며 "지난 총선에서 혁신당의 선거 전략이었던 '지민비조'(지역은 민주당, 비례는 혁신당)는 틀린 방향이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제 윤석열 정권 심판 단결의 길에서 함께해야 한다"며 "그 길을 위해 서운하더라도 지역 독점 체제, 균열 등 민심을 왜곡하는 발언은 아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앞서 혁신당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인천 강화를 제외하고 부산 금정과 전남 영광·곡성 3개 지역에 모두 후보를 냈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 2개 지역에서는 조국 혁신당 대표를 비롯한 많은 수의 소속 의원들이 직접 지역을 찾으며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등 민주당과 직접적으로 경쟁했다.
다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혁신당은 민주당과 경쟁한 전남 2개 지역구에서 모두 패배했다. 민주당과 극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이뤄낸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역시 국민의힘이 가져갔다.
혁신당은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된 금정구청장 선거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한 바 있다. 황현선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재보궐선거에 대해 "민주당이 공성보다 수성에 더 공을 들인 결과"라며 "민주당이 책임있게 답변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내년 4월 있을 재보궐선거를 위해 지역 조직을 강화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대표는 이날 전남 영광·곡성 지역을 찾아 낙선인사에서 "이번 선거는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이라며 "선거기간 동안 약속했던 공약은 당력을 모아 실천하고, 지방 정치와 행정의 혁신 역시 포기하지 않고 새로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큰 틀에서 대여·대정부 전선은 민주당과 협력하면서도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혁신당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관련해서도 민주당의 행보를 압박하고 있다. 조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금투세 폐지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혁신당은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며 "금투세는 예정대로 실시하고, 혁신당이 발의한 검찰개혁 4법은 조속히 통과시키자"고 민주당에 제안하기도 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더불어민주당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민생문제 해결 대책 등 현안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황명선(왼쪽부터) 조직사무부총장, 김윤덕 사무총장, 임호선 수석사무부총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