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가 최근 전기차 완성차업체들과 체결한 주요 배터리 공급 계약 사례는 어떤 중요성을 가지고 있나요? 결과적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서 회복 중인 징후일까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의 캐즘에도 잇따라 수조원 규모의 수주를 따내고 있습니다. 유럽 시장에서의 전기차 수요 회복 조짐으로 전기차 시장의 확대 방향이 꺾이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에만 두 건의 대형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 8일 메르세데스 벤츠 계열사와 50.5GWh 규모의 46시리즈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일주일 만인 지난 15일에는 포드와 109GWh 규모의 전기 상용차의 셀·모듈 공급 계약을 추가로 성사시켰습니다.
이는 유럽 시장의 수요 회복 신호로 풀이됩니다. 벤츠 계열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의 전통 완성차 제조사에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낸 첫 사례입니다. 계약기간은 2028년 1월 1일부터 2038년 12월 31일까지 무려 10년입니다. 정확한 계약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지름이 46㎜인 46시리즈는 기존 2170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높이고 주행거리는 기존 대비 16% 늘린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원통형 배터리 수주처로 기존에 알려진 테슬라 외에 유럽의 전통 완성차업체인 벤츠로 고객사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포드 역시 유럽 상용차 시장의 1위 기업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7년부터 6년간 공급하는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파우치형 배터리는 유럽 거점인 폴란드 프로츠와프공장에서 생산돼 포드의 차세대 전기 상용차 모델인 이-트랜짓에 탑재될 예정입니다. 이번 계약 규모는 최소 13조원 이상으로, 모듈까지 포함하면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폴란드는 중동부 유럽 자동차 산업의 중심 국가로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생산거점으로 꼽힙니다. 이번 계약은 포드의 이-트랜짓이 유럽에서 빠르게 자리 잡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SDI 역시 캐즘에도 현대차와 전기차 배터리 동맹을 강화했습니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현대차의 차세대 유럽향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에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개발 중인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 GV90의 각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냈습니다.
GV90은 2026년 1분기 국내를 시작으로 유럽 출시도 예정돼 있습니다. 삼성SDI가 BMW와 아우디 등에 이어 유럽 내 전기차 시장에서 중요한 배터리 공급업체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발판을 마련한 셈입니다.
현재 유럽 지역은 전기차 시장의 훈풍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유럽은 그간 전기차 보급 관련 정책적 지원이 많았고 많은 투자로 이어져 전동화 기대감이 높았지만, 수요 하락과 지원 정책 축소로 캐즘의 원인이자 직격탄을 받은 지역으로 꼽혀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신임 유럽연합 집행부에 친 전기차 인사가 내정됐습니다. 전기차 정책과 연관된 기후·넷제로·친환경 성장, 에너지·주택, 공정·경쟁 전환 3개 부문 위원장들이 모두 친 전기차 인사들로 꾸려져 전기차 보급을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보조금과 세제 혜택, 인프라 확충 등이 추진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 유럽은 이달 4일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까지 관세를 매길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다 독일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재개했습니다. 이는 자국 산업 보호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전략적 조치인데 장기적으로는 유럽 전기차 산업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로 평가받는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전기차도 대거 출시될 예정입니다. 르노는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을 파리 오토쇼에서 선보였습니다. 볼보도 당초 전동화 계획을 앞당겨 2027년 ID.2를 포함해 8개의 보급형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유진투자증권은 유럽연합의 탄소 규제에 변동이 없다는 가정 하에 유럽의 전기차 판매가 올해 0.5% 역성장에서 내년 16.0%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헤닝 코스만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유럽에서 100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2025년에는 약 70개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럽은 이산화탄소 규제 강화와 대중국 관세, 보급형 전기차 확대 등으로 점차 회복이 기대된다"며 "유럽 전기차 수요 회복의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이달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오토쇼'에서 촬영된 전기차(EV) 충전 플러그. 연합뉴스.
![[박한나의 배터리ON] K-배터리, 수주 잭팟…"유럽 캐즘 끝 보인다"](//contents.dt.co.kr/images/202410/2024102102109932049003[1].jpg "[박한나의 배터리ON] K-배터리, 수주 잭팟…\"유럽 캐즘 끝 보인다\"")
![[박한나의 배터리ON] K-배터리, 수주 잭팟…"유럽 캐즘 끝 보인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410/2024102102109932049003[1].jpg "[박한나의 배터리ON] K-배터리, 수주 잭팟…\"유럽 캐즘 끝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