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 출범 4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은 2021년 故 이건희 회장의 기부로 시작된 사회공헌이다.
이 선대회장 별세 후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선대회장의 철학을 계승하기 위해 의료공헌에 1조원을 기부했다. 이 중 3000억원이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에 투입돼 전국의 어린이 환우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소아 희귀병 진단'은 '치료'와 동일한 의미로 쓰인다. 초기 진단에 성공하면 치료 자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간 희귀병은 건강보험 적용이 제한돼 진단이 이뤄지는 사례가 매우 적었다. 현재는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을 통해 진단과 치료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 사업으로 지난 4년간 희귀질환 진단을 받은 어린이는 9500여명이다. 이중 3900명이 치료를 완료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이 같은 의료 환경을 만들어준 고 이건희 선대회장과 유가족인 이재용 회장,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께 감사하다"며 "서울대병원 등 특정 병원 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똑같은 치료가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 관계자는 "그간 연구비가 없어서 희귀병이 의심되도 진단해주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어린이와 그 부모들에게 치료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며 "기부금을 통해 이렇게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입증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본 행사에 앞서 홍라희 전 관장,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최은화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장(서울대 어린이병원장),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등 참석자들과 함께 어린이병원 1층에 있는 이 선대회장의 부조상을 관람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은 기부에 대한 예우의 뜻을 담아 2022년 10월 어린이병원 1층 벽에 이 선대회장 부조상을 설치했다. 부조상 아래에는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보살피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이 선대회장의 유지가 적혀있다.
이 선대회장 유족의 의료기부는 사회 각계 각층의 기부 동참을 이끄는 '기부 선순환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정국은 2023년 10억원을, 가수 이승기는 2022년 20억원을 각각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기부했다. 삼성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아 생산성을 높인 감염병 진단키트 기업 코젠바이오텍도 2022년부터 매년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복합적인 경영 위기와 취임 2주년을 동시에 맞은 상황에서, 이 선대회장의 동행 철학을 이어가는 행사에 참석해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사회공헌 사업만큼은 이 회장이 직접 챙길 것으로 본다. 이 회장은 오는 25일 경기도 수원 선영을 찾아 이건희 선대회장의 4주기 추도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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