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구매 자금 지급도 한국 정부의 금융지원 대신 자체 자금 마련으로 방향을 튼 전해졌다. 폴란드는 한국산 무기 수출의 큰손으로 떠올랐지만, 수십 조원의 무기 대금 지급 능력에 의문이 제기돼 왔었다.
22일 방위산업 관련 소식통들을 종합해보면 폴란드 정부는 '2차 계약'의 일환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K-9 자주포 152문과 천무 72대를 구매하려고 유럽계 글로벌 은행과 자금 마련에 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9 자주포 152문, 천무 72대 구매 계약을 2차 계약의 일환으로 잇따라 체결했다. 각 계약의 규모는 3조2000억원, 2조2000억원이었다.
이들 계약에는 올해 11월까지 양국 당국 간 별도의 금융 계약이 체결돼야 효력이 발행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었다. 이후 양국 정부 간 협의가 이어졌지만 양측의 입장이 다소 엇갈렸다. 앞서 이뤄진 1차 계약에서 한국 정부가 124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금융계약을 수출 금융 을 제공하면서 추가 대(對)폴란드 수출 금융 지원 여력에 제한이 생겨 합의점 도출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와 방산업계는 대안으로 한국 시중은행들을 통한 민간 '신디케이트론'를 제시한 반면, 폴란드 측은 조달 금리가 더 낮은 당국 간 차원의 금융 계약을 희망한 것이다.
방산 계약은 정부 간 계약(G2G) 성격이 강하고, 수출 규모도 커 수출국에서 저리의 정책 금융·보증·보험을 지원하는 것이 국제 관례다. 폴란드와의 1차 계약 체결에서도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계약액의 80%가량인 100억달러 규모의 대출과 보증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폴란드가 자체 자금 마련으로 방향을 튼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자국의 안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방력 강화 일정표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부분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패배할 경우 자국이 서방과 러시아의 최전선이 될 것을 우려해 최근 수년간 국방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11월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폴란드가 느끼는 안보 위기감이 더욱 커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단 폴란드는 2차 계약의 시작인 K-9 자주포, 천무 구매와 관련해 한국의 수출 금융 요구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이 앞으로 폴란드를 포함해 추가 대형 방산수출 계약을 맺을 수 있기에 정부의 방산 수출 금융 지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방산업계는 지난 2022년 7월 폴란드와 초대형 무기 수출 관련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같은 해 8월 총 124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1차 계약 서명이 이뤄졌다. 1차 계약에는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의 공급 계획이 담겼다.
지난해 12월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152문을 시작으로 2차 계약 차원의 개별 계약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본계약에서 K2 전차 1000대를 공급하기로 한 현대로템의 경우 1차 계약에서 우선 180대를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820대 규모의 대규모 2차 계약을 추진 중이다. 폴란드 측은 K2 전차 등 나머지 2차 계약 추진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금융 지원을 여전히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전문가인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방산 수출이 건별로 수천억원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10조∼20조원으로 단위가 달라져 수출 금융 요구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수은 자본 확충 외에 민간 신디케이트론 확보, 정부의 금리 보전 제도 도입 등 대규모 방산 수주에 대한 금융 지원 체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을 국빈 방문하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오는 2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경남 창원 사업장을 방문, K-9 자주포와 K2 전차 생산라인을 시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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