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AMD는 이달 초 엔비디아 추격을 선언하며 새 AI 칩 'MI325X'을 공개했다. AMD는 새 AI 칩에 대해 "엔비디아 AI 칩인 블랙웰 H200과 비교해 1.8배 더 높은 메모리 용량과 1.3배 더 많은 대역폭을 갖추고 있다"며 "엔비디아 칩보다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시장에선 삼성에게 활로가 열릴 것이란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삼성은 엔비디아에 HBM3E 퀄테스트를 통과 못했지만, AMD에는 HBM을 납품하고 있다. AMD가 AI 가속기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경우 삼성전자 HBM도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AMD 새 AI 칩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MD의 주가는 새 AI 칩 공개 당일 10일(현지시간) 주당 164.18달러였지만, 이날 기준 주당 157.90달러로 4%가량 떨어졌다. 엔비디아 주가가 21일(현지시간)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미국 트루이스트 증권은 "AMD의 새 AI 칩은 혁명이라기보다는 제품 진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AMD 외 다른 빅테크가 엔비디아 AI 시장 점유율을 추격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컨설팅 업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트래티지스(IBS)에 따르면 AI 7나노미터 칩용 단일 웨이퍼 가격은 1만달러(1380여만원), 5나노는 1만4000달러, 2나노는 2만달러에 달한다. 새 AI 칩을 개발·설계하는 데에만 수억 달러가 지출돼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회사는 제한된다는 의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외 다른 빅테크가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국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긍정적인 그림인데, 엔비디아 외 다른 빅테크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쉽다"며 "엔비디아 외 다른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중저가 AI 시장도 함께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삼성이 실적 반등 시기를 당기기 위해선 엔비디아에 HBM3E 제품을 납품하는 것외에는 특별한 수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업계에선 삼성이 주도권을 놓친 HBM3E를 뛰어넘고 차세대인 HBM4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삼성이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하더라도 3번째 공급사가 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공급사별 대우를 크게 차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7나노 양산에 실패한 인텔이 2나노로 넘어가려다 현재 이도저도 아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삼성이 경쟁력을 빨리 갖추려는 의도는 좋지만, 기술개발을 단계별로 진행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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