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개입설 핵심연루자이자 정가의 여론조사 브로커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 측 실무자였던 강혜경씨가 27명의 정치권 인사들을 '명태균 연루자'로 폭로했으나 22일 신빙성 논란에 부딪히고 있다. 당초 명씨가 운용했던 미래한국연구소(여론조사업체 PNR의 의뢰주)와 '거래한' 인물들로 거명했지만, '같이 일한' 사람들로 톤이 낮아졌다. 그마저도 보수정당에 몸담은 적 없는 야권인사도 포함돼 있고, 여론조사 의뢰주의 경쟁상대로서 '조사 대상'에 불과했던 이들도 있다.
지난 10월21일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가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앞서 21일 강혜경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명태균씨가 김 여사에게 요청해 김영선 국민의힘 전 의원을 2022년 6·1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에 전략공천했다거나,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에게 81번에 걸쳐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제공했단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외에도 '명태균 리스트'를 거론했다.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 시절 명씨와의 통화 녹취를 폭로한 그는 '공천 보은성 세비 상납' 의혹을 받는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 보좌관으로도 일했었다.
강씨 변호인을 맡은 야권 측 노영희 변호사가 언론에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27명엔 윤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진태 강원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국민의힘 강민국·김은혜·나경원·박대출·안철수·윤상현·윤한홍·조은희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전 국민의힘 대표), 강기윤·하태경 전 의원과 기타 여권인사들이 포함됐다. 제22대 총선 때 여당을 떠난 이언주 현 민주당 의원, 민주당 당권주자였던 김두관 전 경남지사, 정의당 대표를 지낸 여영국 전 의원도 거명됐다.
이들 중 명씨와의 여론조사 협업 의혹을 즉각 부인한 인사들이 나왔다. 나경원 의원은 21일 오후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나는 명씨에게 어떤 형태든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 없다. 오히려 명씨 주장에 의하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과 당대표 경선에서 (2위 후보로 패해) '명씨에 의해 피해를 입은 후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두 경선 관련 여론조사 수혜자이자, 강씨 측이 리스트 내 '핵심'이라고 거명한 오세훈 시장이나 이준석 의원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왼쪽부터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2022년 6·1 지방선거 앞 '강원지사 경선 촉구 단식농성'을 했던 김진태 현 강원특별자치도지사.<이언주·나경원 국회의원 페이스북 사진, 연합뉴스 영상 갈무리>
친윤(親윤석열)계 황상무 후보 전략공천으로 2022년 6·1 지방선거 강원지사 공천에 배제될 뻔했던 김진태 지사 측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여론조사 활용설은) 대응할 가치도 없는 말도 안되는 소리다. (이의신청과 함께) '단식 투쟁'해서 경선한 거 세상이 다 안다"고 일축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강원지사 선거 관련 '미래한국연구소 의뢰' 조사는 등록 사례가 없고, PNR이 다른 인터넷매체 의뢰로 조사한 1건만 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명단에 있는 사람들 모두 여론조사 의뢰자가 아니라, '의뢰자와 경쟁관계에 있어 여론조사 대상'인 사람들을 포함한 것일 것이다. 명씨는 서울시장 보선에서 오세훈 후보, 대선 시기 윤석열 후보 당선을 위해 활동했다고 밝혔다. 당시 저의 반대편 캠프"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명씨가 '대선 단일화' 메신저를 자청하며 접근해 만났던 최진석 당시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후보인 자신에게 보고한 적 없다고 재확인하기도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이언주 의원은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은 윤석열 대선 여론조사 조작의혹, 김건희 공천개입 등 국정농단 의혹"이라며 "관계없는 정치인 리스트에 올려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 말길 바란다. 누가 좋아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경남 창원성산에 도전해온 여영국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저는 명씨와 창원대 산업비지니스학과 동기다. 10여년전쯤 경남도의원 할 때 '미공표 여론조사'를 '좋은날리서치 대표 명태균'에 한 번 맡긴 기억이 있다"며 "(경남 창녕 출신 명씨가 주도한) 지역기반 여론조사기관에 '공표되지 않는 여론조사'를 의뢰한 일을 두고 무슨 리스트 운운하는 건 그리 적절치 않아 보인다. 본질에 집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