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 측이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 2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이미 이름이 거론됐던 인물들을 비롯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중진 의원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씨의 법률 대리인 노영희 변호사는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명태균씨와 관련된 정계 인사 27명의 명단을 제출했다.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핵심관계자인 명 씨는 보수 인사들 다수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명씨도 여러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본인이 여론조사 등을 통해 다수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날 강씨가 관련 명단을 공개한 것이다.
공개된 명단에는 윤 대통령과 오 시장, 홍 시장을 비롯해 박완수 경남지사와 김진태 강원지사 등 주요 광역단체장이 포함됐다. 또 나경원·안철수·윤상현·윤한홍 등 여당 중진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으며,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강기윤·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 등도 포함됐다. 야권 인사의 이름도 있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입당한 이후 최고위원이 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 여영국 전 정의당 의원이다.
명단에 이름이 거론된 일부 의원들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공천에서 도움받은 사실이 없다"며 "명씨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 대선 시기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위해 활동했다고 했는데 당시 저의 반대편 캠프를 위해 일한 분과 거래를 하고 도움을 받는다는 것도 상식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명씨에게 어떤 형태든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 없다"며 "오히려 명씨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장 경선과 당대표 경선에서 피해를 입은 후보"라고 강조했다.
이언주 의원은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은 윤 대통령의 대선 여론조사 조작과 김 여사의 공천 개입 등 국정농단 의혹 아닌가"라며 "관계없는 정치인 리스트에 올려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 말길 바란다"라고 비판했다. 여영국 전 의원도 "명씨와 창원대 산업비즈니스학과 동기로 10여년쯤 전 경남도의원 시절 미공표 여론조사를 한번 맡긴 기억"이라며 "리스트 운운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본질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해명했다.
노 변호사 역시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해당 명단에 대해 "강씨가 생각나는 사람들 명단을 다 적어준 것"이라며 "아주 깊숙이 관여돼 있는 인물들도 있고, 여론조사를 한두 번 맡겨보거나 한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명단에 있는 인물 모두가 명씨와 구체적인 여론 작업 등을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야는 강씨가 공개한 명단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 중진 의원들이 명단에 대거 포함된 여당은 강씨가 제3자라는 점을 앞세워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강씨의 진술은 명씨와 서로 나눈 내용을 전언한 것이기 때문에 신빙성있게 평가해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강씨 진술이 상당히 객관적이고,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고 본인이 들은 것에 대해 선을 잘 지켜 답하고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지난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