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지속가능 첫발은 공시제도
주요 대기업, 스코프3 공시 준비
가치사슬 과정 간접적 배출 포함
공급망·작업장 인권 현황도 표시
협력업체·하청기관과 공생 필수
경제계 "업종별 세부지침 필요"
주요 대기업, 스코프3 공시 준비
가치사슬 과정 간접적 배출 포함
공급망·작업장 인권 현황도 표시
협력업체·하청기관과 공생 필수
경제계 "업종별 세부지침 필요"
![[ESG와 밸류업 기업의 길을 묻다] 협력사 `ESG 가치사슬` 엮을수록 밸류업 커진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410/2024102302100532064002[1].jpg "[ESG와 밸류업 기업의 길을 묻다] 협력사 `ESG 가치사슬` 엮을수록 밸류업 커진다")
현재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지난 4월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제도 초안을 내놓았고, 정치권에서도 구체적인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주로 사업보고서 등에 ESG 관련 사항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기에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지속가능성 공시시준과, 기업가치 제고 계획 등 '미래 지향적'인 정보가 담겨있는 만큼 ESG가 투자자들의 기업 평가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ESG 평가 등급 A 이상 우수기업의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 평균 상승률보다 11%포인트 높았다.
환경(E)과 사회(S) 점수가 주가 수익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서도 다수 발간됐다. 주요 대기업들은 특히 가장 까다롭게 여겨지는 스코프(Scope)3 공시 준비에 주목하고 있다.
스코프는 1·2·3으로 나뉜다. 스코프1은 기업의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탄소배출, 스코프2는 전기·난방 등 에너지를 사용해 발생하는 간접적인 탄소배출을 말한다.
기업들이 가장 까다로워하는 스코프3은 협력업체, 하청기관, 공급망 등 가치 사슬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간접적 배출을 포함한다. 이는 수출 등 기업 밸류업에 큰 영향을 준다. 전문가들은 EU 등 서구권이 온실가스 공시 제도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각종 통상 정책에 연계시켜 자국 산업 보호에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포스코, 한화 등 소위 '굴지의' 대기업들은 스코프3 공시 기준 확보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의 경우 스코프3 산정 체계를 작년에 고도화 해 산정방법론을 재점검하고, 비용 기반 대신 LCI(전 생애주기 원료·품목) DB나 에코인벤트 배출계수를 활용 범위를 확대해 정확성을 높였다.
올 3월 열린 LG전자 주주총회에서는 외국계 연기금 관계자가 ESG 공급망과 관련해 투자 결정을 고려하고 있다며 '위구르 자치지역 소수민족에 대한 강제노동'에 대한 인지와 실사 여부, 사실 규명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이삼수 LG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구체적인 실사를 진행했고 이에 대한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며 "공급망, 작업장 환경 인권 등의 ESG 사항을 공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중견·중소기업들의 경우 ESG 공시 준비를 할 여력이 없는 만큼 이를 위한 정책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경제단체들이 지난 6월 자산 2조원 이상 125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공동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코프3 탄소배출량 공시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56%가 '공시 반대', 40%가 '유예기간 필요'라고 답했다.
스코프1·2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중대성 판단해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66.4%로 과반을 넘은 것을 감안하면 스코프3에 대한 이들의 걱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주요 대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ESG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있지만 사업보고서 공시는 의무가 아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경우 각 사의 기준에 맞춰 내용을 기재할 수 있지만, 사업보고서 공시로 규제화 될 경우 각 기업마다 산정 기준이 달라 공시가 모호해 질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ESG 공시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가이드라인을 보면 범위가 광범위하고 명확하지 않아 모호한 측면이 많다"며 "FRS17(새 국제회계기준) 변경 과정에서도 업권마다 적용에 어려움을 겪은 만큼 이번에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업종별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는 ESG 공시를 큰 원칙을 세우기보다 각 업종별 상황에 맞춘 세부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준희 법무법인 지평 센터장은 지난 6월 열린 '국내 ESG 공시제도에 대한 경제계 토론회'에서 "최근 발표된 ESG 공시기준 공개초안은 큰 틀의 원칙 중심으로만 구성돼 기업들이 공시를 준비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업종별 특성과 이슈를 감안한 구체적인 세부지침, 가이드 등을 마련하고 산업별 1·2차 협력사 등을 포함한 기업들의 의견이 중심이 되는 방식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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