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왜 대기업에 떠넘기나"…한전 재무개선 기대
최근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진 것은 지난해 11월로, 당시도 주택용과 일반용 등을 제외하고 산업용만 평균 4.9% 인상했었다.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남호 산업부 2차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kW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갑) 전기요금은 164.8원에서 173.3원으로 5.2% 오른다. 산업용 평균 9.7%이다. 이중 산업용(을) 전기료는 삼성전자외 SK하이닉스, 현대제철 등 반도체나 철강 같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대기업에 주로 적용된다. 정부는 산업용(갑) 이용자는 전기료가 월 평균 100만원 미만으로 증가하고, 산업용(을) 이용자는 월 평균 900만원 내외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산업용 한전 고객은 약 44만호에 달한다. 전체 고객 2500만여호의 1.7% 수준이지만 전력 사용량은 53.2%를 점유한다. 산업용에 국한된 이번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도 5% 정도 올리는 효과를 전망하게 되는 이유다. 이번 인상에 따라 연간 단위로 한전의 추가 전기 판매 수익이 약 4조7000억원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기로 결정한 것은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가 회복되는 상황을 고려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최남호 차관은 브리핑에서 "상대적으로 부담 여력이 많다고 판단한 수출 대기업이 고통을 분담했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산업용 중심으로 올렸다"며 "금년 들어 수출이 계속 좋았던 상황이고, 전반적 산업생산지수도 제조업 부문이 우수해 부담 여력 있는 데서 부담하는 게 전체 국가 경제 차원에서 좋지 않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때 에너지 가격이 오른 것을 한전이 떠맡았던 것인데 그때 대기업과 국민경제가 빚 진 것을 (수출 대기업이) 환원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용과는 달리 주택용과 음식점 등 상업 시설에서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 인상 이후로 이번에도 손대지 않았다. 국민 경제 부담과 생활 물가 안정 등 요인을 고려했다.
전기료 인상은 한국전력의 심각한 재무 위기 탓이다. 한전의 2021~2024년 상반기 누적적자는 41조 여원이고, 올해 상반기 연결부채는 약 203조원에 달해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대규모 적자로 차입금이 치솟았다. 지난해 한 해만 4조4500억원을 이자로 쏟아 부으면서 하루 이자비용만 약 122억원이 발생했다.
탈원전 정책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를 전후로 한 2021∼2023년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전기를 팔면서 적자가 더욱 쌓였다. 정부와 한전은 이번 인상이 재무 위기 극복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는 않겠지만 한전이 향후 안정적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철 사장은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치는 상황이며, 국제적으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용을 중심으로 국내 전기요금 수준은 주요국 대비 낮은 편인만큼 이해해달라는 취지다. 한전 측은 그러면서 "누적적자 해소와 함께 요금조정을 기반으로 국민들께 약속한 자구노력을 철저히 이행하여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송신용기자 ssyso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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