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차기 모바일용 SoC '스냅드래곤8 엘리트'를 대만 TSCM에 전략 위탁 생산하지만, 삼성과의 협력은 여전히 공고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파운드리 선택에도 확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크리스 패트릭 퀄컴 수석 부사장 겸 모바일 헨드셋 부문 본부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4'에서 국내 취재진들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퀄컴은 이번 행사에서 자체 설계한 중앙처리장치(CPU) '오라이온'을 탑재한 차세대 모바일용 칩 '스냅드래곤8 엘리트'를 공개했다. 이번 퀄컴 새 칩은 대만 TSMC의 2세대 3나노급 공정에서 전량 생산된다.
패트릭 수석 부사장은 "퀄컴의 장점 중 하나는 훌륭한 팹리스 반도체 회사라는 점"이라며 "퀄컴이 만든 스마트폰 내부를 보면 40개의 서로 다른 부품이 있는데 일부는 삼성 파운드리, 일부는 TSMC, 일부는 다른 파운드리에서 제조된다"고 밝혔다. 이어 "퀄컴은 산업 내에서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해 최적의 기술 조합을 찾는 만큼 파운드리들과 다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간 '멀티 파운드리' 전략을 이어온 퀄컴은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양산할 때 기술 조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최적의 파운드리를 선택한다는 의미다.
패트릭 부사장은 삼성과의 모바일 협력은 공고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퀄컴의 연례 행사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처음 찾아 기조연설을 하고,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회동하기도 했다. 내년 초 출시될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5' 시리즈에도 퀄컴의 스냅드래곤8 엘리트 탑재가 예고된다.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갤럭시 언팩'을 통해 공개한 폴더블폰 '갤럭시Z6' 시리즈에도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3세대' 모바일 플랫폼이 탑재된 만큼 삼성전자의 차기 플래그십폰에도 퀄컴 칩이 갤럭시 전용으로 최적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패트릭 부사장은 "삼성과의 관계는 매우 깊다"며 "행사에서 발표한 내용은 아직 없지만, 퀄컴과 삼성이 제품, 기술 측면에서 파트너로 함께 성장해 왔기 때문에 삼성과 스마트폰 분야에서 더 긴밀한 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트릭 부사장은 차세대 단말이 더 비싸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파운드리 생산을 위해 엄청난 금액을 투자해야 하고 최첨단 반도체 비용은 계속 상승하는 만큼 제품 비용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퀄컴의 차세대 모바일용 칩셋 가격이 전작 대비 25~30%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OEM들의 원가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그는 "5년 전이나 10년 전과 비교해 예전에는 트랜지스터가 매년 점점 저렴해졌지만, 지금은 매년 더 비싸지면서 근본적으로 반도체 산업이 달라졌다"며 "제품 혁신을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슬라이스 수를 늘리거나 더 큰 캐시를 추가하는 등 많은 기능을 추가할 수 있지만 가격이 상승될 수 있다. 또 다른 방식은 같은 비용 범위 내에서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데, 최종적으로 모든 제품은 이 두 방식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패트릭 부사장은 기존 스냅드래곤 플랫폼에서 활용했던 Arm 기반 '크라이오'도 자사 CPU인 '오라이온'과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라이온이 가장 높은 8단계의 엘리트 티어에 속해있지만, 두 가지 아키텍처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면서 "향후 오라이온 기술을 다른 제품군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샤힌 피라하니 퀄컴 제품관리 부문 시니어 디렉터는 "자체 CPU 설계로 성능이 60% 이상 향상됐고, 이를 통해 차량 공유, 콘텐츠 소비 등 전반적인 앱 사용 경험이 크게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패트릭 부사장은 스냅드래곤8 엘리트의 향상된 멀티모달 생성형 AI 기능도 강조했다. 그는 "시각적 입력과 음성 입력을 결합해 처리하는 모델은 카메라를 들고 무언가를 가리키며 '저 꽃에서 어떤 냄새가 나지?'라고 물어볼 때 '케이크에 쓰이는 밀가루(flour)'가 아닌 '아름다운 꽃(flower)'을 의미한다는 것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멀티모달 AI는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것보다 더 통합된 방식으로 직관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마우이(하와이)=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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