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트럼프 당선 가정 전망 발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0.8% ↓
韓 대미무역 흑자에 적자국 8위
재집권시 FTA 재협상 등 우려
해리스 그린정책도 한국에 부담
미국 대통령선거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당선될 경우 관세장벽이 높아져 세계 경제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대선의 승부추가 트럼프 쪽으로 기울면서 관세폭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경쟁자인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도, 이른바 '그린정책'에 따라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비관세 장벽이 심화돼 철강·화학산업에 악재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 미국 무역수지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누가 당선되도 한국에 대한 관세 장벽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고율 관세 정책이 내년 중반까지 세계 무역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주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2025년엔 0.8%, 2026년엔 1.3%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IMF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10% 보편 관세, 미국·유로존· 중국의 양방향 10% 관세를 가정해서 분석한 결과 보복 조치 등으로 인해 전체 상품 교역 4분의 1에 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20% 보편 관세·중국산 상품 60% 관세' 정책으로 무역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장벽을 높이는 정책은 기본적으로 미국을 포함해서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중국산에는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나머지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도 10~20%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는 구상을 여러차례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존재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이를 우회해 한국에도 보편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FTA는 법률에 준하는 외국과의 조약이라서 의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만 수정하긴 어렵다"면서도 "트럼프 집권 1기에 수십 년 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철강 수입 제한을 한 것처럼 다른 방안을 동원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정부가 한미 FTA 개정이나 재협상 요구를 하고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미 FTA는 미국이 주요 산업국과 드물게 체결한 양자 FTA로, 현재 한국의 대미 수출 적용 관세율은 0.03%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 무역 통계 시스템인 K-stat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의 전체 무역수지는 368억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한국은 미국과 무역에서 399억달러로 가장 큰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이 기간 한국의 전체 흑자보다 많다.
이어 홍콩(253억달러), 베트남(219억달러), 인도(94억달러), 폴란드(60억달러) 등이 한국의 주요 무역 흑자 대상국이다. 2020년까지 미국은 홍콩, 베트남, 중국에 이어 한국의 네 번째 무역수지 흑자국이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작년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 확대는 수입이 정체된 상황에서 한국의 대미 수출이 빠르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반대로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주요 무역 적자국이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까지 미국의 14위 무역수지 적자국이었지만 이후 꾸준히 올라 올해 1~8월 기준으로는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어 8위까지 올라왔다.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정책 기조가 대체적으로 이어지겠지만 노동, 인권, 환경 관련 통상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도 미 대선을 앞두고 전략적 관세 정책을 우려하며,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통상정책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시욱 한국경제인협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국 대선 이후 통상정책을 집중 조명하면서 "해리스 후보 당선 시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정책 기조가 대체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대중국 견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장벽의 범위가 수출통제 위주에서 해외직접투자와 전문인력 이동 통제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는 미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30년간 이어져 온 중국 중심의 세계 무역질서 확장 국면은 이제 종료된다"며 "앞으로 30년을 내다보는 새로운 산업·통상 전략의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주형연기자 jh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