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가진 만남이 사실상 '빈손회동'으로 끝난 이후, 양측 간 헤게모니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모두 '마이웨이' 의지를 피력하면서 세 규합·결속에 속도를 높이는 양상이다.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으면 여러 현안을 조율해 온 추경호 원내대표는 곤혹스러워졌다.
한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 해소의 '데드라인'을 제시했다. 오는 11월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김 여사 이슈를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여사와 관련된 대통령실 인사의 정리 등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윤 대통령에 비해 한 발 앞서 선언한 셈이다. 한 대표는 이 문제를 해소해야 국정동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날에는 친한계 인사 20여명과 '번개 만찬'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한 대표와 만난 직후 추 원내대표와 별도의 회동을 가진 데에 응수하는 성격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 청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회동하며 맞불을 놨다. 앞서 홍 시장이 전날(22일) 대구광역시 산격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TK(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등 지역현안을 설명하겠다고 밝혔지만,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만난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홍 시장은 최근 한 대표를 "원조 '김 여사 라인'으로 벼락 출세한 사람"이라고 부르며 대통령실 인사 쇄신 요구에 대해 "참 어이없고 황당한 주장"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7·23 전당대회가 한창이던 지난 6월에는 한 후보의 만남 요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친한·친윤계도 치열하게 부딪히고 있다. 친윤 외곽 조직인 새로운미래를준비하는모임(새미준)은 이날 공군회관에서 김태흠 충남지사를 초청해 정기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결집했다. 김 지사는 '힘쎈 충남!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다'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한 대표를 겨냥해 "당 대표가 대통령 후보가 돼서 어떻게 출마해볼까 그거 하나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날 친한계 만찬 회동에 대해서는도 "아마추어"라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는 친윤 김대식·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만찬 회동에 대해 "한 대표가 소집한 게 아니라 의원들이 한 대표에게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요구를 해서 한 대표가 거기에 응한 것"이라며 "대표가 (면담 때) 어떤 말씀을 대통령한테 드렸고 그쪽의 반응이 어땠는지 이런 얘기들을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면담한 뒤 추 원내대표를 따로 부른 만찬과 관련해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나"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균열양상에 추 원내대표는 곤혹스러워지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과의 만찬을 비롯한 모든 현안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당이 김 여사 리스크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갈등은 피해야 한다는 의도다. 그간 스스로도 '계파가 없는 중립'임을 강조하며 한 대표와 매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방식의 '해병대원 특검법'과 김 여사 문제 등에 대해서는 잦은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고립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추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으면. 이를 중심으로 친윤계가 결집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중립을 지키기 어려워 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대화하며 차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