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서비스 불구 참여율 저조
당일부터 서비스 300개 정도뿐
미이행 처벌조항 없어 강제 못해
직접 서류 떼야하는 불편함 지속
당일부터 서비스 300개 정도뿐
미이행 처벌조항 없어 강제 못해
직접 서류 떼야하는 불편함 지속
정부가 약 4000만명이 가입하며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청구 전산화를 25일부터 시행한다. 그러나 병원급 참여 저조로 인해 초반 실질적인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시행일에 참여하는 병원은 5%도 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병원에 직접 서류를 떼야 하는 불편함을 계속해서 느낄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참여를 확정한 병원은 3781개를 웃도는 수준으로, 시행일 참여 대상 병원(7725개) 중 48.9%에 그쳤다. 시행 대상 중 참여하는 곳이 절반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를 확정한 곳에서도 시행일부터 바로 서비스를 하는 곳이 300개 안팎으로 4% 내외에 불과했다. 상급종합병원(47곳)과 보건소(3490곳)는 모두 참여하지만, 시행일부터 보건소는 서비스를 개시하지 않는다. 종합병원의 경우 총 331곳이 참여 대상임에도 시행일부터 136개 이상만이 참여할 뿐이다. 시행 기관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양·정신·치과·한방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병원급에선 시행일부터 참여하는 곳이 3%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시행일부터 서비스하지 못하는 것은 자체 시스템 개편 등 때문이라고 말한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5일부터 즉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예정대로 선보일 것"이라며 "보건소 등은 시스템 집중 문제 등이 있어 시차를 두고 순차 정비해 내년 1분기에는 정상적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손청구 전산화는 병원·보건소 등 의료기관이 환자의 진료 관련 서류 등을 전송 대행 기관인 보험개발원을 통해 각 보험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함으로써 실손 가입자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가입자들이 '실손 24'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진료 후 보험금을 청구할 서류 전송을 요청하고 실제 받는 것까지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25일부터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과 보건소 등을 대상으로 시행한다. 내년 10월부터는 동네 의원이나 약국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러나 시행 전부터 병원급들이 특히 참여에 미온적이다. 실손청구 전산화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재 시행 대상 병원이 참여를 하지 않아도 처벌 조항이 없어 강제할 수 없다. 보험사들이 애물단지가 된 실손보험을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향후 보험사들이 획득한 진료 정보를 통해 의료기관에 직접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또 보험사에 넘어간 환자의 정보들이 대량 쌓이면서 보험금 부지급이나 가입 거절 등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정부가 참여 병원에 진료 수가 등 관련 인센티브 방안을 제공하면서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년간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이견으로 법안 통과까지 14여년이 걸렸지만, 의료계의 참여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는 또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8월 발표한 실손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37.5%가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실손 가입자가 청구하지 않은 보험금은 2022년 2512억원, 지난해 3211억원인 것으로 추정했다.
보험업계는 향후 관련 소비자 민원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병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소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예산도 약 12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전산 시스템 구축 및 확산에 공들이고 있다. 현재 참여를 확정한 EMR(전자의무기록)업체는 청구 건수 비중이 높은 약 27개로, 업계에서는 논의가 대폭 진전될 경우 연내 1000개 이상의 병원 연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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